"이재명 시장님이 아주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생각을 해 왔는데 이번에 보니까 민주주의의 기본 소양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요.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온 것이 아닌가…" (남경필 경기도지사, 27일 C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
차기 경기도지사로 유력한 두 사람이지만 '본 게임'까진 아직 9개월여나 남았을 뿐만 아니라, 예선이라는 넘어야할 산을 남겨 둔 상황에서 이미 각자 진영을 대표하는 후보라도 된 양 '공방전'이 치열하다.
지역 정가와 평론가들 사이에선 남 지사와 이 시장의 이번 '싸움'이 두 사람 모두에게 '실'보다는 '득'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재명 시장은 현역 도지사와 각을 세우면서 체급을 높이는 효과가 있고, 남경필 지사 역시 여권의 유력 후보인 이 시장과 대립하는 모습을 통해 '대항마'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 남경필, 야권 단일 후보 입지 굳히기
남 지사가 속한 보수 진영은 분열된 표심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가장 큰 선결 과제로 꼽힌다. 현재로선 남 지사가 가장 유력한 후보일지라도,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과의 연합 내지 연대 없이는 승부가 녹록치 않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출마 가능성이 다소 낮게 점쳐지곤 있지만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이 투표용지에 이름만 올려 놓아도 승부는 크게 기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남 지사는 (보수쪽) 당이 쪼개져 있기 때문에 구도상 불리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야권이 어떤 운명이 될지는 모르지만, 보수쪽 표가 나눠질 수 있는 상황에서 더더욱 (다른 후보들을) 압도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런 맥락에서 남 지사가 여권의 유력 후보인 이 시장과 끊임없는 대결 구도를 형성하는 것은 오히려 보수 진영의 후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더 크다. 여권의 유력 후보인 이 시장과 '맞장' 승부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음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남 지사로서는 자신이 내놓은 청년정책을 공격해 준 이 시장에 고마운 이유가 또 있다. 자칫 악재가 될 수 있었던 아들 문제가, 이 시장과의 정책대결로 돌파구가 생긴 셈이 됐다.
최 교수는 "아들 문제가 커질 수 있었는데, (이 시장의 공격으로) 정책적 아젠다로 이슈가 전환됐다"며 "정책적인 아젠다를 계속 내놓으면서 정책 대결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가정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평론가 역시 "아들 문제로 사실 방어를 해야 하는 처지였는데, 이럴 때 적이 싸움을 걸어오니 남 지사 입장에서는 프레임을 그쪽으로 가져갈 수 있다"며 "보수쪽 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효과와 악재를 털어버리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이 시장과의 싸움에 더 적극적으로 붙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이재명, '주무기' 대중적 관심 유지 효과
대선을 거치면서 대중적 인기를 등에 업고 차기 경기도지사 후보군들 중에는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이 시장으로서도 남 지사와의 이번 싸움은 손해 볼 게 없다는 평가다.
현재까진 내년 지방선거가 여권에 유리한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속에서, 이 시장은 본선보다 오히려 당내 경선 통과가 더 힘든 과정일 수 있다.
더욱이 경선 상대가 친문 조직의 핵심으로 3철 중 한 사람인 전해철 의원이라는 점은 이 시장에게는 최악의 상대가 아닐 수 없다. 전 의원은 민주당 경기도당 위원장까지 맡고 있어 당내 경기도 조직을 총괄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시장의 최대 약점인 당내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전 의원이다.
전 의원측 한 관계자는 "이 시장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 지지하는 발언 등을 하는 걸 보면 과거 문재인 지지자들과 충돌하는 걸 가장 걱정하는 것 같다"며 "대선과 경기도지사 선거는 다르다. 전 의원을 지지하는 조직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양상은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췄다.
이 시장이 대선 이후 지상파 예능프로의 출연과 이번에 남 지사를 공격한 것도 자신을 계속해서 매체에 노출시킴으로써 주무기인 대중적 관심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성완 평론가는 "(이 시장으로서는) 정치적 위상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여권의 경우 당내 경선이 훨씬 치열해 질 수밖에 없다. 이 시장도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켜야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