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에 따르면 27일 오후 5시 방송된 '이브닝뉴스'는 사전녹화 제작물이었다. 평소 오후 5시부터 40분간 방송됐던 '이브닝뉴스'는 이날 20분만 방송됐다.
아침뉴스인 '뉴스투데이'도 28일부터 녹화방송될 예정이다. 오전 6시대에 1시간 20분 가량 방송됐던 것과 달리, 28일부터는 오전 7시부터 20분만 방송될 예정이다.
MBC본부가 공개한 보도국 공지문을 보면 '뉴스투데이'에는 △스트레이트 뉴스가 없으므로 리드멘트 겸 아침신문보기로 시작 △뉴스 없는 완제품으로 03~06시 작업 후 편성국으로 납품 △날씨와 교통정보는 제작 불가 등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또 '이브닝뉴스'에는 △기자들 스트레이트 리포트는 자막완제로 3시까지 주간뉴스부로 납품 △5시 상황변화 예상되는 아이템은 제외 △뉴스 포함한 완제품으로 16시 30분 편성국으로 납품 등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녹화방송' 배경과 향후 확대 가능성에 대해 MBC 사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파업에 참여 중인 A 기자는 "사실 파업을 하는데 뉴스가 멀쩡히 잘 나가는 게 이상하긴 하다"면서도 "뉴스를 녹화로 하겠다는 건 (경영진이) 뉴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A 기자는 "안에서는 '녹화방송'이라는 것을 사전고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하고 있다. 시차 때문에 해외 특파원 연결을 라이브가 아니라 녹화분으로 방송할 경우 사전녹화라는 걸 자막으로 띄운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A 기자는 "이렇게까지 하는 건 메인뉴스('뉴스데스크')만은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때그때 나오는) 발생 스트레이트 기사에 대해서는 전혀 대비하지 않겠다는 얘긴데 이건 좀 심한 것 같다"고 전했다.
역시 파업에 참여 중인 B 기자는 "(경영진이) 뉴스 파행을 막는다는 '면피'에만 생각이 있지, 실제 뉴스가치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이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그는 "파업으로 뉴스를 (정상적으로) 못 낼 상황이라면 그걸 인정하고, 뉴스 파행에 책임져야 한다. 시청자들이 바보도 아니고, (녹화뉴스는) 시청자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밝혔다.
B 기자는 "뉴스에 대해 조금만 애정을 가지고 있어도 녹화뉴스를 내보내지는 않을 것 같다.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라며 "경영진이 빨리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 뉴스를 살리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했다.
한편, MBC본부는 김장겸 사장-고영주 이사장 퇴진과 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는 파업을 지난 4일부터 시작해 오늘(27일)로 24일째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