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해고' 양대지침 폐기…노총 "최소한의 신뢰회복 조치"

박근혜표 노동정책 성과연봉제·양대지침, 역사 뒷편으로 전면 후퇴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우측).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정부가 강행했던 양대지침이 공식폐기되면서 박근혜표 노동개혁 대표정책이었던 성과연봉제 확산을 위한 일련의 조치들이 전면 후퇴하게 됐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국 47개 산하기관장들과 함께 전국기관장회의를 열고 '공정인사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 등 양대지침 폐기를 공식선언했다.

이어 열린 취임 후 첫 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는 "노동부에서 지침으로 저성과자를 해고하도록 한 것은 현재의 노동조합법에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노동자가 심각한 잘못을 저지르거나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어야만 해고할 수 있도록 제한했는데, 박근혜 정부는 성과가 낮다는 이유만으로(공정인사지침) 허용했다.


사측이 노동자를 '저성과자'로 판정하고, 해당 노동자에게 재교육·업무 배치 전환 등 조치만 취하면 업무 성과가 개선되지 않는다는 명분만으로 곧바로 해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이를 위해 노조 및 노동자의 동의 없이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명분만으로 사측이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바꾸도록(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 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노동계와 야당의 반대로 이른바 '노동4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거듭 미뤄지자 성과연봉제 확산과 직결된 양대지침부터 밀어붙였다.

이마저도 한국노총이 노사정위를 탈퇴하는 등 반발이 계속되자 노정 합의없이 전국기관장회의를 통해 기습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 행정지침 자체는 정부 관련부처가 민간사업장을 행정지도할 때 활용하는 가이드라인일 뿐, 법적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정부가 '쉬운 해고'를 옹호한다는 명백한 신호를 보내면서 노동시장은 크게 요동쳤고, 급기야 금융계 및 철도노조의 총파업까지 벌어졋다.

노동부가 "2대지침 마련 과정에서 노사 등 당사자와의 충분한 협의가 부족했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추진돼 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불참, 노정 갈등을 초래했다"며 "지침 발표 이후 활용 과정에서도 노사 갈등, 민·형사상 다툼 등 2대 지침을 둘러싼 사회적 혼란이 지속됐다"고 뒤늦게 인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양대지침 폐기를 환영하면서 노동적폐 행정지침·해석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적폐 청산과 비정상적 노동정책의 정상화를 위한 첫 걸음"이라고 평가하며 "양대지침이 노리는 바는 노조 할 권리를 파괴한 노동조합 무력화"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대지침 폐기는 노동존중의 완성이 아닌 시작이어야 한다"며 ▲ 부당 단협시정명령 ▲ 주당노동시간 최장 68시간 행정해석 등을 폐기하고, 전교조·전공노 법외노조 판정도 취소하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노동계 숙원과제였던 성과연봉제·양대지침 폐기가 잇따라 해결되면서 파탄으로 내리닫은 노사정위원회 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특히 양대지침 폐기를 노사정대화 복원 조건으로 내걸었던 한국노총은 양대지침 폐기에 대해 "형편없이 파괴되었던 노-정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반기고 다음날인 25일 사회적 대화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기로 하면서 노사정대화 복원의 실마리가 잡힐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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