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방식' 불법 보조금도 사라지지 않아…"정책 방향 고민할 때"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3년 동안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하늘 모르고 치솟던 보조금 경쟁은 한풀 꺾였고, 이통 3사의 수익성은 마케팅비 감소에 힘입어 개선됐다.
하지만 애초 목표로 한 소비자의 후생 증진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는 단통법 시행 전 일부 소비자에게만 거액의 보조금을 주고 나머지는 이른바 '호갱'으로 만드는 불합리한 시장 구조를 뜯어고치겠다고 선언했지만, 3년이 흐른 지금도 '호갱'은 사라지지 않았다.
◇ 가계 통신비 5.9%25 감소…통신사 마케팅비 1조2천억 줄어
단통법은 시장 투명화와 소비자 차별을 막기 위해 2014년 10월 1일 시행됐다. 이통사와 제조사가 단말 구매자에게 주는 지원금을 공시하고, 출시된 지 15개월이 지나지 않은 단말기에는 지원금 상한선(33만원)을 설정한 게 골자다. 또한, 지원금을 받지 않는 소비자는 약정 기간 요금할인(선택약정)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단통법은 시행 전 시장의 자율성과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유통점으로부터 고액의 보조금을 받는 행위가 엄연한 불법이 되면서 싸게 사려는 소비자를 범법자로 만든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반면 정보가 부족해 '호갱'이 돼야 했던 소비자를 보호하고, 과열 마케팅을 잠재울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았다.
통계상 수치로 보면 단통법은 시장 안정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단통법 시행 전인 2013년 말 기준 2인 이상 가구의 가게 통신비는 월평균 15만3천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4만4천원으로 5.9% 줄었다. 가계 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4.68%에서 지난해 4.28%로 감소했다.
휴대전화 이용자들의 평균 가입요금 수준은 단통법 시행 직전인 2014년 3분기 4만5천원에서 최근 4만1천원으로 줄었다.
통신비 감소는 알뜰폰 확대 영향이 컸지만, 요금할인 등 단통법도 한몫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과도한 보조금 경쟁이 줄면서 이통 3사의 마케팅비는 2014년 8조8천220억원에서 지난해 7조5천883억원으로 14.0%(1조2천337억원)나 감소했다.
여기에 구조조정 효과와 유선 사업의 성장세가 더해지면서 통신 3사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2014년 1조6천108억원에서 2016년 3조5천976억원으로 갑절 이상 급증했다.
반면 일선 중소 유통점은 보조금 시장 축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3만여 개에 달했던 판매점은 단통법 이후 1만8천여개로 줄었다.
◇ 음지로 숨어든 보조금…치고 빠지는 '떴다방식' 영업 기승
소비자들이 가장 크게 변화를 체감하는 영역은 보조금이다.
단통법 시행 전에는 100만원 안팎의 보조금이 수시로 시장에 뿌려졌다. 최신 프리미엄폰도 발품만 팔면 헐값에 살 수 있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7만원을 상한 가이드라인으로 잡았지만, 가이드라인일 뿐 강제성은 없었다.
단통법 시행으로 법적 상한선(33만원)이 만들어지면서 보조금 경쟁은 한풀 꺾였다. 적어도 공공연하게 거액의 보조금을 받는 것은 어려워졌다.
대신 은밀한 방식으로 보조금이 뿌려졌다. 일부 판매업자들은 단속이 허술한 심야 시간대 빈 사무실을 빌려 '떴다방식' 영업에 나섰고, '표인봉' '현아' 등 불법 페이백(보조금)을 뜻하는 은어들이 등장했다.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판매 방식은 단통법이 만든 웃지 못할 광경이었다.
음지에서 고액의 보조금이 기승을 부리는 사이 대다수 소비자가 접하는 공시 지원금은 재고 소진용 구형폰에 집중됐다.
관심을 끄는 프리미엄폰에는 상한선에 크게 못 미치는 지원금이 책정됐고, 그마저 해가 갈수록 줄었다.
연합뉴스가 2015년 4월 이후 나온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략폰 12종의 출시 당시 공시 지원금을 분석한 결과 최고가 요금제와 최저가 요금제를 기준으로 각각 10.4%, 11.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들 제품의 출고가는 8.1% 증가했다.
박희정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연구실장은 "이통사들은 상한이 있는 지원금 대신 유통점에 주는 장려금을 이용해 시장을 게릴라성으로 만들었다"며 "유통점이 구조조정이 되면서 이통사는 비용을 절감했지만, 실질적인 통신비 인하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프리미엄폰의 가격은 오르고 지원금은 줄면서 소비자들은 중저가폰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013년 총 3종에 불과했던 50만원 미만 중저가 단말기는 2015년 30종, 2016년 1분기에는 39종으로 늘었다. 이후로도 갤럭시J, LG X 등 준프리미엄의 성능을 갖춘 단말기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원금 대신 요금할인을 택하는 이용자도 늘고 있다.
2015년 4월 할인율이 12%에서 20%로 오르면서 요금할인 가입자가 급증하기 시작해 올해 7월 말에는 1천502만명에 달했다.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 6천285만명의 23.9% 수준이다.
지난 15일부터 할인율이 25%로 오르면서 요금할인 가입자 비중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단통법은 요금 인하와 과열 마케팅 해소, 이용자 차별 최소화에 기여해 초기 목적은 어느정도 달성했다고 본다"며 "향후 경쟁 활성화 쪽으로 어떻게 정책 방향을 바꿀지 고민해야 한다. 선택약정 할인율을 25%로 올리면 지원금도 따라 올라가야 하는데 앞으로 그런 식으로 올라갈 수 있느냐가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