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사상 최고 초강경 대응하겠다"는 김정은, 오판하지 말아야

(사진=자료사진)
마주보고 달리는 북미간 폭주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완전파괴' 유엔총회 발언에 대해 김정은 북한 노동위원장은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전례없는 본인 명의의 직접 성명을 통해서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력대 가장 포악한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그에 상응한 조치를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길이 옳았으며 끝까지 가야 할 길임을 확증해주었다"며 핵무장의 길을 계속 가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불장난을 즐기는 불망나니, 깡패",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는 위협도 불사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과도하게 흥분하는 것은 일면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본인의 말대로 세계의 면전에서 본인과 북한의 존재자체를 부정하고 모욕하며 주권국가인 북한 공화국을 없애겠다고 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의 전력으로 보면 전혀 공감을 받을 수 없는 과도한 대응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어기고 지난 20여년 동안 계속 핵무장의 길을 달려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파괴' 발언은 공식석상에서 내놓기에는 좀 과하긴 했지만, 북한이 "무모한 핵무기와 탄도 미사일 추구로 전 세계의 상상할 수 없는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데는 국제사회의 많은 구성원들이 동의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결의도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김정은 정권을 '범죄자 집단'이라며 완전 파괴할 수도 있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배경이 있는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발언에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이라는 조건을 붙였고 뒤이어 "미국은 준비가 되었고 의지와 능력도 있지만 이것(북한 파괴)이 필요치 않기를 바란다"며 "그들(북한)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북한에 대해 '완전 파괴' 카드를 꺼내 보이며 역대 최고 강도의 위협을 가한 것이다.

청와대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북한의 엄중한 핵 미사일 도발에 대하여 최대 한도의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만이 미래를 위한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이다.

그런데도 김정은 위원장이 국제사회를 위기로 몰아가는 자신의 무모한 도발 전력은 돌아보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자체만을 문제삼고 늘어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는 북한의 고립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누구도 북한을 지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김정은 위원장의 오판이 한반도의 위기를 증폭시키게 된다는 점이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최고 초강경 대응조치'에 대해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 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트집잡으면서 역대급의 7차 핵실험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자신할 수 없다.

현재 북핵문제에 대해 한미일 3국이 긴밀한 공조 속에 추진하고 있는 해법은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대화의 문으로 나오도록 한다는 것이다.

북한 경제에 대해 봉쇄 강도를 높여가는 제재가 안보리 차원에서 내려지고 미국이 독자적으로 북한의 금융망을 차단하면서 돈줄 옥죄기까지 나서고 있는 배경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재와 압박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군사적인 옵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미국 고위관계자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 내용이다.

북한이 7차 핵실험으로 또다시 도발을 강행한다면 미국이 군사적인 옵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도달하는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하는 것은 무슨 수를 써서도 막아야 하는 절박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모든 노력은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북핵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강조하는 문재인 대통령이지만 미국이 자국의 안보를 위해 군사적인 옵션을 쓰는 것까지 막기는 힘들 수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 본인이 말한 "사리분별과 침착성"을 갖고 들여다 보면 그 결과는 북한 정권으로서는 결코 바라지 않는 일일 것이다.

북한이 일전을 불사하면 상대방에게도 상당한 타격을 주겠지만 북한 정권의 붕괴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한 대로 '북한의 완전 파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덤빌 일이 아니라면 김정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진정을 담은 권고대로 "스스로를 고립과 몰락으로 이끄는 무모한 선택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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