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는 20일(현지시간) 숙소인 맨해튼의 한 호텔에 도착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완전 파괴' 발언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개는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말이 있다"라며 "개 짖는 소리로 우리를 놀라게 하려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개꿈"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외교관의 발언이나 북한 매체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는 짖어도 행렬은 간다'라는 말에는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정한 길은 무조건 끝까지 가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마거릿 미첼의 미국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등장하는 "개가 짖어도 행렬은 나간다(The dogs bark, but the caravan moves on)"라는 구절이 원출처인 것으로 보이는 이 표현은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굴복하지 않고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낼 때마다 등장시켜 왔다.
최근에는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이 지난 19일 '제재를 가한다고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결의 2375호 채택을 거론하며 "미국이 우리에게 제재 따위나 가한다고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 '개는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격언을 미국의 정치인들에게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바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0월 국가우주개발국 대변인 담화에서 "개는 짖어도 행렬은 간다고 괴뢰 패당이 제아무리 미친개처럼 짖어대도 우리는 국가우주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주체 위성들을 더 많이 쏘아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같은 해 11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동방의 핵 강국은 자기의 위용을 더욱 떨쳐갈 것'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개는 짖어도 행렬은 가기 마련"이라며 "동방의 핵 강국으로 우뚝 솟아오른 우리 공화국의 지위는 앞으로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양 출신 탈북민 A씨는 "북한은 1999년께 미국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번역 출간했는데, 이 책에 '개는 짖어도 마차는 간다'라는 구절이 있었다"라며 "그 시기부터 대학생을 중심으로 이 말이 유행어처럼 퍼졌다"고 전했다.
A씨는 "특히 그즈음에 김일성의 항일빨치산 활동을 담은 우상화 영화 '밀림이 설레인다'가 새로 제작·방영됐다"라며 "이 영화에 한 빨치산 대원이 '개는 짖어도 행렬은 간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일반 주민들도 이 말을 즐겨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매체에서도 "개는 짖어도…"라는 표현이 199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한편 북한 매체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등을 '달을 보고 짖는 개'에 비유하기도 한다.
김일성은 사망 직전이던 1994년 6월 평양을 방문한 미국의 북한 전문가 셀리그 해리슨을 만난 자리에서 북핵 문제를 지적하는 미국 등을 '달을 보고 짖는 개'에 비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