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의 대북제재 조치가 즉각적인 효과를 낸 것처럼 언급한 것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 평양 등 북한의 대도시에 아직은 큰 변화가 없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평양 주재 서방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유엔의 대북제재에도 평양 내 기름 값과 환율에는 변동이 없다고 19일 보도했다.
지난달 12일 기준으로 평양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는 1kg에 각각 1.6유로(1.92달러)와 1.7유로(2.04달러)로 현재와 큰 차이가 없고, 환율도 1달러에 북한 돈 8천원 수준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워싱턴타임스도 18일 "주유소에서 장사진을 치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평양 거주 외국인들의 말을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사실과 다르다고 보도했다.
사실 만장일치로 통과된 유엔 제재 결의안 2371호와 2375호의 효과를 말하기에는 아직 시점이 이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발언은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과장되고 과시적인 표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이런 사정과는 별개로 전문가들은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제재가 북한에 과연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그 어느 때보다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북 유류공급 중 30% 차단에다 석탄·섬유 수출 금지 등 최근 유엔 제재를 모두 합치면 북한 수출의 90%가 차단된다는 것이 유엔의 설명이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에 어느 정도의 타격을 줄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다. 유엔 제재가 북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쪽은 대체로 과거의 사례를 든다.
한 북한 전문가는 "유엔 제재의 효과는 통상적으로 3개월에서 6개월을 보는데, 제재 이후 3개월 동안은 물가와 환율 등이 영향을 받지만 6개월 정도 지나면 다시 원상 복귀하는 것이 과거의 데이터였다"며, "중국이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차단하고, 북중 간 밀무역을 막지 않는 한 이번 제재도 비슷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엔 대북제재가 과거에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지만, 올 들어서는 다르다는 견해도 있다.
서울대 김병연 교수는 "중국이 지난 3월부터는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제재에 나서면서 올 상반기 북한의 수출은 25% 가량 줄었고, 이런 기조가 이어진다면 올해 북한 수출은 절반으로 감소할 것이며, 1년 누적으로는 80%까지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 일각에서 나오는 대북제재 무용론은 대북제재 만능론과 마찬가지로 극단에 치우친 견해"라면서, "유엔 제재는 분명히 북한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그런 점에서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18일 "미국의 제재 책동이 우리의 대외 경제 관계는 물론 인민 생활과 직결된 공간들까지 전면 봉쇄하는 무모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한 것처럼 이번 제재의 수위가 전례없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엔 제재안 2375호는 북한의 '제재' 내성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 살필 수 있는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