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사유재산 이니까"…원장 가족도 먹여살리는 사립유치원 ② 현실은 '원생 학습권' 보다 '설립자 재산권'우선 ③ 사립유치원 사태, 정치가 낳고 정치가 키웠다 ④ "고시합격한 줄" 피말리는 유치원 추첨…공공성을 찾아서 |
◇ 유치원 운영비 유용해도 사유재산이라 '횡령죄' 성립 안돼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최근 정부의 감사 철회를 요구하면서, 사립유치원에 대한 재산권을 근거로 들었다. 윤성혜 홍보팀장은 "개인이 재산을 투자한 것인데, 사립학교법 기준으로 감사를 벌이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대법원은 지난 2011년 학생 등이 납부한 수업료 등을 교비회계가 아닌 다른 회계에 임의로 사용해 기소된 사립유치원 원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에 따른 횡령죄를 묻지 않았다. "교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학교의 경영자에 속하므로, 이를 임의로 사용했다 하더라도 사립학교법 위반죄가 성립하는 것 외에 따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박근혜 정부 당시 원아 당 29만원을 지원하는 누리과정이 급하게 도입됐다. 사립유치원이 운용할 수 있는 운영비의 규모가 더 커지며 비리의 수준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 특히, 사립유치원 운영에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상황이지만 사립유치원의 공공성 강화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민이 없었다. 한 전직 사립유치원 관계자는 "누리과정 도입 당시 업계에서는 '큰 먹잇감'이 생겼다고들 했었다"고 말했다.
현행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실시의 근거는 '사립학교법'이다. 관련 법은 관할청 교육감에게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도감독권이 있다고 정하고 있다. 실제 이를 바탕으로 교육과 학예에 관한 자체감사규칙을 적용하고 있다.
◇ 사립학교법 근거로 감사하긴 하는데…공공감사 대상 여부는 '애매'
그러나 이마저도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사립유치원은 전반적 관리감독을 받고 있지만 시도교육청에 소속된 기관은 아니다. 교육부는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사립유치원 감사를 실시할 수 있는지 여부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쟁점은 결국 사립유치원이 설립자의 재산권 행사의 대상인지, 아니면 교육기관으로서 공공성이 요구되는 기관인지로 좁혀진다. 현행 법은 사립유치원의 두 개 성격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사 여부와 정도 등은 정권이나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국공립 확대 방침을 천명한 문재인 정부의 경우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에 무게를 싣는 쪽이다. 경기도교육청의 김윤상 감사관은 사립유치원이 사유재산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등 관련 법령에서 교육의 공공성 등을 이유로 사유재산의 처분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학생들의 안정적 학습권이 재산권에 앞선다" 공감대 형성
이같은 입장은 최근 사립유치원의 휴원 번복 논란을 계기로 사회적 지지를 얻은 상태다. 사립유치원 입장에선,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던 시도가 되레 부메랑이 된 셈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정부 지원은 바라면서 감사는 거부하는 사립유치원의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이다. 특히 정부의 강경한 입장에 아예 '유치원 사업'에서 손을 떼려는 사립유치원 원장들에 대한 에피소드가 게시판마다 퍼날라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