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예술인들 "복지 미끼로 수치심 강요 말라"

"선착순 접수는 공정성 없는 선정 기준"…재단 "예술인들에게 죄송"

예술인복지재단 사과문. (사진=홈페이지 캡처)
"우리는 지난 9월 15일 하루 동안 있었던 예술인복지재단의 제3자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을 '사태'라고 부른다. 이는 그동안 미덥지 못했던 예술인복지정책의 민낯이 드러난 참상과 더불어 이 과정에서 예술인들이 겪어야 했을 수치와 분노,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예술인복지 행정의 한심스러움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 15일 창작준비금 지원 사업 3차 접수와 관련해, 예술인복지재단 홈페이지가 종일 다운되면서 수많은 예술가들이 분노한 상황에 대해 예술인소셜유니온(위원장 하장호)이 비판 성명을 18일 발표했다.

예술인복지재단은 지난 15일 오전 10시부터 '예술인 경력정보 시스템' 홈페이지를 통해 ‘2017년 창작준비금 지원 사업 3차’ 모집을 진행했다. 생활고 등 외적인 이유로 예술인들이 창작활동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지원 제도로, 4000명을 대상으로 300만 원씩 정액으로 지급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이날 서버가 다운돼 많은 예술인들이 갑갑한 상황에 빠졌다.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컴푸터 앞에 앉아 대기해야 했다. 문의를 하려고 해도 안내 전화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지원금 공고는 통상 접수 3~4일 전에 홈페이지에 띄운다. 올해는 11일에 공고했는데 신청서 접수는 ‘15일’ 하루만 받게 했다. 공고기간과 접수기간 사이의 날이 너무 짧아 매일 두 눈 부릅뜨고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는 한 공고 여부를 알기도 힘들다.

이같은 행태에 대해 예술인소셜유니온은 '줄세우는 것은 지원도, 복지도 될 수 없다"며, 이번 '사태'를 "예술인복지정책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성명에서 예술인소셜유니온은 "한정된 재원으로 모든 예술인들에게 충분한 복지를 제공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선정되고 지원되는 기준만은 납득 가능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며 "따라서 창작준비금 신청에 떨어진 예술인들은 '적어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지원이 되었다'는 믿음이 생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선착순으로 선정한다는 기준 자체는 이런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허물었다. 복지가, 창작준비금이라는 지원이 명절 KTX 기차표 예매와 같은 수준으로 전락한 것이다"며 "이것을 복지나 지원이라고 할 수 있는가. 오히려 적선이라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예술인소셜유니온은 "이번 사태가 역설적으로 블랙리스트 이후 한국 문화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 평가한다. 지원 기구에 맞춘 시행정책이 아닌 예술인 당사자에 맞춰 문화정책이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며 지원조건과 운영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편 한국예술인복지재단(대표 박계배)은 이날 원활하지 못한 진행에 대해 재단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재단은 "이번 창작준비금 지원 사업 3차를 염두에 두고 서버 단독 분리 운영 및 기존의 2배 이상으로 증설했으나 동시 접속 과부하로 서버가 다운이 됐다"면서, "원활치 못한 시스템으로 실망감을 안겨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내년 창작준비금 신청 때에는 시스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지원 제도 등을 개선하여 두 번 다시 동일한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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