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난 주말까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당을 상대로 국회 인준에 대한 협조를 구했지만 표결을 위한 본회의 일정 잡는 데 실패하면서, 양승태 현 대법원장의 임기종료일인 24일까지 두고만 볼 수 없다는 절박감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오는 24일 전에 새로운 대법원장 선임 절차가 끝나지 않으면 사법부 수장 공백사태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며 대법원장 인준의 시급성을 강조했지만, 입장문에는 야당에 대한 우회적 비판의 행간도 여러 곳에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사법부의 새 수장 선임은 각 정당간의 이해관계로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민주주의 요체인 입법, 사법, 행정 삼권 분립의 관점에서 봐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바꿔말하면 지난주에 진행된 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절차가 지나친 이념편향성 공세 등 보수야당이 정략적 접근을 시도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부결 과정에서 국민의당이 비토권을 행사한 것을 염두한 것으로도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국회 전체의 입장에서 사법부 후보자를 바라보기보다는 당 차원에서, 당의 이해문제에서 서로서로 이 문제를 보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대통령의 일반적인 말씀"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삼권 분립에 대한 존중의 마음으로 사법부 수장을 상대로 하는 인준 절차에 예우와 품위가 지켜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역시 바꿔말하면 국회 청문절차에서 일반 국민들은 물론 대통령이 보기에도 예우와 품위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당이 김 후보자의 부부동반 해외여행 비용 문제를 지적하며 본회의 표결 일정조차 '보이콧'한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예우와 품위는 서로서로 지켜야 할 부분이기 때문에 국회에 대한 얘기라기보다는 행정부가 사법부에 대한, 또 입법부가 사법부 수장에 대한 예우를 이야기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보수 야당을 향한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했지만 '민주주의 요체인 삼권분립', '사법부 수장에 대한 예우와 품위', '각 정당간 이해관계로 미룰 수 없는 문제'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은 자칫 사법부 수장 공백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입법부인 국회, 특히 보수야당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도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