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소주, 맥주 빈병에 아무것도 넣지 마세요"

'세월 따라 빈병의 가치도 크게 올라 빈병 재테크도 가능'

식약처 '소주, 맥주 빈병에 아무것도 넣지 마세요!' 캠페인 (사진=식약처 제공)
7080세대라면 누구나 고물장수 아저씨가 철가위를 울리며 "빈병이나 고물 삽니다~" 외치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먹을 것이 변변치 않던 그 시절에 빈병은 강냉이, 엿과 바꿔먹을 수 있는 좋은 군것질 거리를 제공하곤 했었다.


이젠 어느덧 추억이 되어 고물장수에게 엿 바꿔 먹던 풍경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고, 빈용기보증금제도의 시행으로 빈병은 가까운 마트에 가져가면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 재테크의 수단으로 서서히 자리잡고 있다.

빈용기보증금제도는 소비자 부담의 빈용기보증금과 제조사 부담의 취급수수
료라는 경제적 유인을 통해 빈용기의 회수 및 재사용을 촉진하는 제도를 말
한다.(자원재활용법 제15조의2)

기존에 소주병 40원, 맥주병 50원으로 시작된 보증금은 올해 초 2배 이상으로 인상되어 소주병은 100원, 맥주병은 130원을 받을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의 1인당 주류 연간 소비량(2014년도, 360㎖ 기준)은 맥주 148병, 소주 65병이고, 1가구당 성인수를 2명으로 보았을 때, 가구마다 약 400병 정도의 빈 술병이 생긴다. 마트나 슈퍼에 빈병을 가지고 가는 약간의 수고를 한다면 빈병 보증금 4만원을 받을 수 중요한 재태크의 수단이 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빈병은 기름병으로 사용되고, 담배꽁초를 버리는 재떨이로 사용되고, 때로는 가래침을 뱉거나 이쑤시개, 껌종이 등을 버리는 휴지통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수집된 빈병의 운명은 술 공장 선별장에서 결정된다. 악성고병이라 불리는 기름병, 곰팡이병, 담배꽁초병, 병목 파손병, 흙 묻은 병은 가차 없이 파병되어 유리병 원료로 재활용되고, 선별 전문가들로부터 합격 판정을 받은 깨끗한 병들만 재사용 공정으로 투입된다.

술 공장에서 재사용으로 분류된 병은 소주, 맥주를 직접 담는 병으로 사용된다. 여기서부터 식품안전관리시스템이 가동된다.

소주 빈병이 공장내 입고하여 빈병세척, 이물혼입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식약처 제공)
첫 번째 과정은 세병공정이다. 빈병 투입 후 세척용액과 함깨 70~80℃의 고온으로 병들을 시간당 7만병을 세척할 수 있다. 40여분이 경과되어야 비로소 깨끗한 물로 헹궈내고 말린 다음 소주나 맥주를 주입하는 공정으로 이동한다.

두 번째 과정은 6대 첨단카메라라 부착된 공병검사기(Empty Bottle Inspecter)다. 병입구부터 바닥까지 순간적으로 촬영을 하여 티끌 만한 이물이 발견되면 빨간 경고등이 울리고 제조라인에서 순간 제거된다.

세 번째 과정은 9대 카메라가 부착된 완제품 병 검사기(Filled Bottle Inspecter)를 통과해야 한다. 술 주입과정에서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이물질을 걸러 내기 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2000룩스 백라이트 조명이 설치된 검사대에 숙련된 검사자들이 앉아 육안검사로 1시간에 한 번씩 교대하며 꼼꼼히 확인한다.

사실, 각종 첨단기기가 동원되어 빈병 이물 검사를 해도 무결점을 달성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악성 빈병이다. 담뱃재가 침과 함께 미세하게 눌러 붙어 있는 경우, 내부에 곰팡이가 발생한 경우도 여간 제거하기가 어렵다. 너무 미세하여 각종 첨단기기도, 눈에도 잘 보이지 않아 육안 검사자 눈을 통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악성 빈병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빈병에 담배꽁초, 담뱃재, 이쑤시개, 껌종이 등을 넣지 않고 침을 뱉지 않는 것이다. 마신 후 빈병을 병마개로 막아 배출하면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아 빈병 재활용시 더욱 청결해진다.

빈병 수집상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수집된 빈병을 야외에 아무렇게나 적재하지 않고 이물이 들어가지 않게 덮개를 덮고 위생적으로 취급하는 업무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식약처는 주류 이물발생방지를 위해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9월 중 소주․맥주 이물관리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주류제조업체에 배포할 예정이다. 빈병 세척부터 주류 제조공정별로 이물이 발생할 수 있는 원인을 파악하고 관리기준을 제시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이물관리네트워크도 구축한다. 대기업의 이물관리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전파하는 기술 멘토링으로, 기업 간 상생을 통해 식품안전을 강화하는데 큰 목적이 있다.

아울러, 식약처는 매년 '소주, 맥주 빈병에 아무것도 넣지 마세요' 홍보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담배꽁초 넣지 않기 ▲껌, 담배포장, 비닐 등 각종 쓰레기 넣지 않기 ▲가래침 뱉지 않기 ▲이쑤시개 넣지 않기 등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들이 무심코 술병에 넣을 수 있는 이물 혼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소주, 맥주 이물신고 중 빈병 재사용으로 인한 담뱃재, 담배꽁초, 검은때 신고 건수가 2015년 22건, 2016년 16건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고, 지난 3년간 캠페인의 효과는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국민들이 즐겨 마시는 대중 술인 소주, 맥주의 안전관리를 위해 빈병의 위생적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식약처 박희옥 주류안정정책과장은 "주류 이물관리를 강화하여 보다 안전한 주류가 생산될 수 있도록 식약처가 앞장서서 노력할 것"이라며, "환경보호뿐만 아니라 자원 재활용을 위해서라도 국민 모두가 병을 깨끗하게 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리병 재사용 횟수는 독일 19회, 일본 28회, 한국 8회 정도가 된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유리병 재사용회수 30회 되는 날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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