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통합인가, '친박 VS 비박' 재연인가

'박근혜 지우기', TK 반응에 보수통합 명운 달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이 교감하듯 보수통합론(論)의 깃발을 들었지만, 성패 여부는 시계제로의 안개 속에 있다.

홍 대표는 14일 연세대생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도 "난파된 줄 알았던 배가 수리돼서 정상운영을 하고 있다"며 "바른정당으로 나갔던 사람들이 돌아오는 게 정상"이라고 통합론을 재확인했다. 자신이 당 대표가 돼서 혁신안을 발표하는 등 한국당을 정상화했으니 복당해 백의종군하라는 촉구다.

김 의원도 지난 13일 바른정당 원외 인사들을 상대로 비슷한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선국후당(先國後黨), 선국후사(先國後私)의 정신으로 큰 그림을 보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보수 우파가 대 결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사회학과 학생들 대상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洪, '친박 청산' 승부수 띄워

바른정당 현역 의원들을 구애하는 홍 대표의 필승카드는 '친박 청산'의 혁신안이다. 그는 지난 총‧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국정농단과 계파 활동 등을 근거로 들며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8선), 최경환(4선) 의원 등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이 혁신의 눈높이를 충족하느냐를 놓고선 당내 평가가 엇갈린다. 당초 비박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하던 당시 내걸었던 '친박 8적' 제명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당시 비박계의 비상시국회의는 서, 최 의원 외에 김진태‧윤상현‧이장우‧이정현‧조원진‧ 홍문종 의원의 출당을 '반(反)탄핵'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었다. 이들 중 이정현‧조원진 의원은 탈당한 반면, 나머지 4명 의원은 여전히 한국당 소속이다.

게다가 혁신안이 원안대로 처리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박 전 대통령 출당의 경우 최고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한데, 김태흠 최고위원 등 친박계와 홍 대표에게 적대적인 일부 최고위원들을 감안하면 처리를 100% 담보할 수 없다.


당 소속 제적 의원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한 현역의원 제명은 훨씬 더 어렵다. 때문에 혁신안 원안은 블러핑(허세)일 뿐, 실제론 홍 대표가 협상을 통해 박 전 대통령만 출당하는 수준에서 주류 친박과 타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럴 경우 비박계가 요구하는 통합의 요건과는 거리가 있다.

◇ 조용히 칼 가는 親朴, TK 민심의 향배는?

혁신안이 전해진 뒤 친박계는 일단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내심 칼을 가는 분위기다. 수뇌부로부터 조만간 "홍준표를 저격하라"는 지령이 나올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친박은 고(故)성완종 전 의원으로부터 부적절한 돈을 받았다는 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홍 대표의 약점을 잘 알고 있다.

특히 홍 대표가 말을 바꿨다는 불만이 친박계에선 팽배하다.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홍 대표가 대선 당시 뭐라고 했었는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박 전 대통령을 풀어준다고 해서 표를 몰아줬던 것 아니냐"면서 "한때 출당 문제는 '선언'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하기에 곧이곧대로 들어줬는데, 이런 식이면 이제 협조할 수 없다"며 격하게 반발했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보수진영의 텃밭인 대구‧경북(TK) 민심이 홍 대표의 혁신안에 어떻게 반응할지도 중요한 변수다. 실제 이 지역 의원들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강한 지역정서 때문에 혁신안에 대한 찬반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진박(眞朴)으로 분류됐던 한 의원은 사석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해야 할 위치에 있는 홍 대표가 무엇이 걸리는지 애매한 우리를 희생양 삼아 내부 단속이나 하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 스스로 결단할 때까지 못 기다리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며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반발정서 때문에 홍 대표도 '친박 청산'의 시기와 범위를 놓고 고심하는 듯 보인다. 이날 당 사무처 회의에선 15일 예정된 대구 장외집회에 이른바 태극기 부대가 나타나 반발하는 상황을 상정하고 대응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 보수통합 분수령…10월 朴 출당→11월 바른 全大

통합논의의 성패는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 사이 한 달 간 이어질 정치 이벤트의 결과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10월 이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판결이 기다리고 있고, 홍 대표도 본격적인 청산 작업 착수 시점을 이 즈음으로 잡았다. 홍 대표 자신의 최종심 판결도 10월 중으로 예상된다.

11월엔 바른정당이 유승민 의원의 자강론과 김무성 의원의 통합론을 놓고 전당대회를 열어 결판을 낸다. 현재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할 것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하태경(독자파) 최고위원이다. 김 의원 측은 전대 전 통합을 추진할 가능성이 커 후보를 내지 않는 방안이 거론된다.

홍 대표가 박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 의원들의 제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바른정당에서도 통합파가 득세하게 되면 보수통합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그러나 양측이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경우 보수진영은 한국당의 친박과 비박, 바른정당의 독자파와 통합파 등 4분파로 핵분열 돼 최악의 구도로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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