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민간인댓글' 관리자 민병주 영장…이번엔 발부될까

연달아 기각된 국정원·KAI 영장…檢法 갈등 고조 상태

(사진=자료사진)
이명박정부 시절 '민간인 댓글부대'로 불리는 국가정보원의 사이버 외곽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민병주(59)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다. 앞서 국정원 사건 관련 구속영장 2건을 잇따라 기각한 법원이 거듭 기각 결정을 내놓는 경우, '국정원 적폐' 수사에 제동이 불가피하다. 검찰과의 갈등도 극한으로 치달을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14일 특가법상 국고손실 및 국정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민 전 단장과 외곽팀장 송모 씨, 전 국정원 직원 문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민 전 단장은 2010년부터 2년간 원세훈(66) 전 국정원장 등과 함께 외곽팀을 운영하면서 온라인상에서 불법선거운동과 정치관여 활동을 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명박 정권 시절 국가정보원 사이버외곽팀 책임자인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한형기자
민 전 단장은 그 대가로 이들 팀장에게 국가예산 수십억 원을 지급해 거액의 국고손실을 입혔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송씨와 문씨는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는 과정에서 불법선거운동 및 정치관여 활동을 하거나, 활동비 명목으로 영수증을 위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법원도 이들의 구속수사 필요성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법원은 외곽팀에서 중책을 맡았던 국정원 퇴직자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혐의가 인정되지만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취지로 지난 8일 모두 기각했다.

국정원 수사 착수 이래 첫 구속영장을 기각당한 검찰은 즉각 '사법 불신'을 거론하며 법원에 날을 세웠다.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도 제기된다"는 게 당시 서울중앙지검 명의로 내놓은 입장이었다.

이에 법원 형사공보관실은 "향후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치려는 저의가 포함된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밝혀둔다"고 맞받아쳤다. 검찰이 수사 편의에 따라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하고 있다고 법원이 지적한 것이다.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방산비리 혐의로 압수수색을 벌이는 지난 7월 26일 오후 서울 중림동 KAI 서울사무소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이한형기자
그로부터 5일 뒤인 지난 13일, KAI 분식회계와 관련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청구된 KAI 임원의 영장 역시 기각되자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거듭 불거졌다.

검찰은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증거인멸교사' 혐의의 법리를 제시하며 논쟁에 나섰고, 법원은 공식 대응은 삼가면서도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법원 관계자)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결국 민 전 단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검찰과 법원 간 '제3라운드' 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 경우 새 정부 들어 의욕적으로 적폐청산 수사에 나선 검찰과, "재판에 대해 과도한 비난이 빈발하고 있다"(양승태 대법원장)며 '사법부 독립'을 강조하고 나선 법원 양측의 자존심 걸린 일전이 펼쳐질 공산이 크다.

한 변호사는 "국가기관의 정치공작 의혹 수사를 놓고 법원이 '혐의가 인정되나 구속 필요가 없다'고 고집한다면 국민 법 감정에 부응하지 못할 수 있다"며 "검찰 역시 성급한 수사로 자충수를 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이명박정부 시절 국정원의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와 '박원순 서울시장 비방활동 사건'에 대한 수사에 본격 돌입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로부터 정식 수사의뢰를 받은 검찰은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배우 문성근(64) 씨를 오는 18일 불러 피해사실 등에 대해 조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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