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주진우 기자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1층 로비에서 김장겸 사장-고영주 이사장 퇴진과 방송 정상화를 위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의 파업 10일차 집회가 열렸다.
이날 주진우 시사IN 기자와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방송인 김제동이 초대돼 노조원들에게 지지와 격려를 전했다.
주 기자는 MBC본부 내 마봉춘세탁소가 만든 영상 등을 언급하며 "파업이 지나치게 고퀄(고퀄리티)인 것 같다. 굳이 (영상을) 그렇게 잘 만들 필요는 없지 않나. 아나운서가 사회 보고 PD가 영상 만들고…"라고 운을 띄워 웃음을 자아냈다.
상암 MBC 사옥은 처음 와 본다는 주 기자는 "여의도 시절 MBC는 정말 최고였다. 모든 기자를 주눅들게 할 만큼 보도가 훌륭했다. 아나운서, PD들도 그랬다. 뉴스, '2580'에 물 먹고(특종을 놓친다는 비유) 나면 'PD수첩'이 나와서 또 다시 물 먹고… 좌절하고 있으면 또 라디오가 나왔다"며 '영광의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블랙리스트를 만든 사람은 이명박, 김재철일지 모른다. 그런데 실행한 사람들은 여러분의 동료였다. 누가 어떻게 됐는지 알지 않나. 어떤 일이 벌어졌고 지시를 내렸는지"라며 "동료들이 어려울 때 누가 들어와서 마이크를 잡고 누가 (자리를) 누리고 있는지 얘기도 해 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김장겸은 김재철보다 더 약았고 더 교활합니다. 그래서 크게 책 잡힐 일을 안 할 거에요. 이 시간이 길어지면 고통스럽고, 다른 변수들이 나와서 파업을 성공으로 이끌겠다는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럴 땐 마음을 가다듬겠다고 하지 말고 그냥 노세요. 스피커 깎아서 장인 된 사람도 있잖아요?(*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해고된 박성제 기자는 쿠르베 스피커의 대표가 되었다) 전문가들이니까 책 쓰거나… 뭘 하나씩 만들어도 되죠. (…) 다른 일하면서 조금 여유를 갖고 가셨으면 해요. 어차피 이기는 싸움인데 조급해하지 말고 항상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갔으면 합니다. (저는) 특별히 직장이 좋은 사람들 파업에 끌려가서 얘기를 하는데 그런 사람들 파업이 어렵더라고요. 돈을 어느 정도 받는다(는 곳의) 이런 파업이 성공하기 가장 어려워요. 지금 여러분이 생각해야 할 것은 여유를 갖고 이 기회에 좀 놀아보자 하는 겁니다. 천천히 가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각종 사회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하는 '소셜테이너'로 갑작스런 방송 하차 등 고초를 겪었던 김제동은 "해직언론인이나 본의 아니게 스케이트날 쪽 전문직으로 종사하시는 분들(* MBC 내부 구성원들에게 '유배지'로 불리는 비제작부서 신사업개발센터 소속 직원들은 겨울에 스케이트장 관리를 한다)에 비하면, 제가 겪은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MBC본부의 파업은) 여러분들의 일자리나, 여러분들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고 사람들을 대신해서 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여러분들에게는 격려, 위로, 자부심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격려했다.
이어, "(위로해 줄) 딱 한 명 필요하면 그 한 명 제가 해 드리겠다, 진짜로. 잘하고 계시는 거다. 정말 이 사회 공동체 구성원 한 사람으로서 꼭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 여러분들 진짜 멋진 일하고 계신다. 열심히 응원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 꼭 얘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제동은 "(MBC는) 김장겸 씨 것이 아니지 않나. 세상 어디에도 집주인(구성원)이 나앉아 있고 전세 사는 사람들(경영진)이 저러고(버티고) 있는 경우는 없다"면서 "전 세계를 통틀어 대본 없이 의미와 웃음을 동시에 주는 사회자가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도 마음먹으면 웃겨서 죽일 수도 있다. 여러분들이 원하는 명단이 있으면 제가 법적으로 하자 없이 웃다가 죽게 해 드리겠다"는 농담으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한편, MBC본부는 내일(14일) 오전 상암 사옥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MBC 장악' 관련 추가 사례를 폭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