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본회의 표결은 물론 국정과제 수행을 위한 각종 입법에 있어 야당과의 공조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여당의 고민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 야당 탓만 하기에 변하지 않는 국회, "명확한 전략과 목표 세워야"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부결이 선언되자 여기저기서 함성과 탄식이 쏟아져나왔다.
민주당은 국민의당에서 최소한 20석 이상은 확보됐다고 보고 표결에 임했으나 2표가 모자라 부결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곧바로 중진의원과 최고위원들간의 연석회의가 열렸으며, 우원식 원내대표도 사퇴를 통해 책임지겠다고 말할 정도로 당은 이번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
표결 직전까지 불안하다는 기류가 있었음에도 정세균 국회의장과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더는 표결을 미룰 명분이 없는 것도 현실이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SNS에 "탄핵 불복이고 정권교체 불인정이다. 탄핵을 완수한 국민이 바라는 적폐청산을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함께 짓밟았다"며 김이수 부결에 '탄핵 불복'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야당을 정면 겨냥했다.
하지만 정기국회 내내 야당 탓만 한다고 국회 상황이 바뀌지 않기 때문에 여당이 보다 냉정하게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보수 세력 입장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까지 낙마시키자는 강경한 분위기로 흐르지 않겠냐"면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상대하는데 있어서 보다 정교한 대책과 전략을 짜야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여소야대의 이런 구도는 계속 갈 수밖에 없다"며 "모든 것을 이루려 하지 말고 정기국회에 목표와 방향을 명확하게 세우고 특정 법안을 타깃팅해 적게라도 성과를 내야 한다"고 충고했다.
즉, 여러 법안들 중 반드시 통과시켜야할 목표 법안을 선정하고 여론을 조성하면서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김명수도 캐스팅보트 쥔 국민의당, 박성진 경질 여부도 관심
김명수 후보자의 경우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결시켜야 한다"며 벼르고 있다. 반면, 국민의당의 경우 아직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국민의당 권은희 수석 원내부대표는 통화에서 "김이수 후보자의 경우 초반부터 대통령이 임명하는 6년짜리 소장을 기존 재판관에서 선임해 불과 1년 6개월짜리를 임명했다는 의원들의 비판이 있었고 의원들의 소신 투표로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김명수 후보자의 경우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명수 후보자의 경우에도 과반 이상을 확보해야하는 만큼 국민의당이 또다시 캐스팅보트를 쥘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를 정부여당이 어떻게 할지도 관심이다. 박 후보자는 뉴라이트 역사관을 비롯해 거짓 해명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여당 의원들도 부적격하다는 내부 의견이 많다.
청와대와 정부 입장에서는 야당과의 공조를 위한 명분을 쌓는 측면에서 박 후보자를 낙마시킬 것이냐, 아니면 힘겨루기에 밀리지 않기 위해 임명을 강행할 것이냐하는 선택에 기로에 놓였다.
한 민주당 의원은 "박 후보자의 경우에 야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유연하게 대처하지 않겠냐"고 말했지만 또다른 중진 의원은 "이미 야당은 달랜다고 달래지는 구조가 아닌 것 같다"며 큰 문제가 없으면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11일 청문회를 마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내부 논의를 더 한 뒤에 적격과 부적격 여부를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4당 체제에서 국회의 현실을 체감한 여당이 남은 인준과 정기국회에서 법안 처리, 그리고 개헌 문제까지 산적한 현안을 어떻게 풀어갈지, 국민의당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나갈지가 관건인 가운데 12일 의원총회에서 활발한 당내 토론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