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휘두른 영장심사권에 롤러코스터 탄 윤석열호

구속영장 기각과 발부 두고 법원-검찰 해묵은 신경전 또다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과 발부 결정을 두고 검찰이 '롤러코스터'를 탄 하루였다.

8일 오전 검찰과 법원의 영장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막 닻을 올린 ‘윤석열호’의 위기의식이 작지 않기 때문으로 보였다.

검찰은 국정원 사이버 외곽팀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건 관련자들의 구속영장 3건이 이날 새벽 2시~3시 사이 모두 기각되자 ‘사법 불신’을 언급하며 법원에 날을 세웠다.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는 게 서울중앙지검 명의로 내놓은 입장이었다.

이른바 ‘민간인 댓글 부대’ 사건과 KAI의 방산비리 수사는 윤석열 검사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파격 발탁된 뒤 시작한 첫 대형 수사라는 상징성이 있다.


특히 오늘의 윤 지검장을 있게 한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의 재수사 성격을 갖는 만큼 검찰의 수사 의욕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첫 구속영장 기각이 검찰에겐 뼈아픈 상처인 것이다.

2006년 론스타 사건 당시 잇단 영장 기각에 “인분을 들이붓는 격”이라는 원색적 비난이 나왔고, 주요 수사에 제동이 걸릴 때마다 ‘로또 영장이냐’는 표현을 검찰은 꺼내왔다.

해묵은 갈등이지만, 이날은 검찰이 사이버 외곽팀 운영의 실무책임자로 지목된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을 소환해 윗선 보고‧지시 의혹으로 수사가 뻗어나가려던 시점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청산 대상으로 지목한 방산비리도 경영비리 의혹의 열쇠를 쥔 KAI 경영지원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이날 새벽 기각되면서 삐걱댔다.

법원 측은 검찰의 입장에 맞서 형사공보관실 의견이라는 제목으로 “향후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치려는 저의가 포함된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밝혀둔다”고 했다.

검찰이 구속의 사유보다는 수사 필요성을 이유로 무리한 영장청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수사에 ‘태클’이 걸린 검찰로선 심판에게 항의한 모습이고, 법원은 도리어 검찰에 옐로카드를 꺼낸 상황이었다.

법원은 다만, 이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았던 KAI 구매본부장에 대해선 오후 늦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영본부장에 대해선 기각 결론을 내렸던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이번에도 심문을 담당했다.

권 부장판사는 오후 10시쯤 “범행을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이번엔 이튿날 새벽이 아닌 당일 안에 결론을 내렸다.

법원의 결론이 달랐던 건 각 피의자와 사건을 두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수사진행 상황을 판단했기 때문이겠지만, 앞으로 수사를 전개해 나갈 검찰 입장에선 흥분과 안도가 교차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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