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의 팔자 행렬을 두고 한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이 한 얘기다.
상반기 동안 코스피지수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차익실현을 할 때가 됐는데 북한 리스크가 터져 이 참에 털고 간다는 말이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북한 리스크 회피용이라기보다 차익실현이 목적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 올해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공격적 매수에 나섰던 외국인들은 북한 리스크가 본격 불거지기 전인 7월부터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올들어 지난 6월까지 9조 2496억원 어치 사들인 외국인은 7월에는 5247억원, 8월부터 지난 7일까지는 2조 2588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7일 706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의미 있는 규모는 아니다.
특히 외국인 매도 종목의 거의 대부분은 전기전자업종이다. 8월 이후 순매도한 2조 2588억원 중 2조 1757억원 어치에 이른다. 전기전자 업종은 올들어서 지금까지 37%가량이나 올라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을 안할 이유가 없었다.
대신 외국인들은 금융, 은행, 서비스, 철강금속 업종을 사들이고 있다.
매수규모가 전기전자 업종에 미치지 못해 순매도 금액이 늘어났을 뿐이다.
8월부터 7일까지 금융 5054억원, 서비스업 3805억원, 은행 2467억원, 철강금속 136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들이 모든 업종을 내다 팔면 북한 리스크에 따른 ‘셀(sell) 코리아’로 볼 수 있지만 그런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크게 오르는 등 북한 리스크가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외국인들이 IT업종은 팔면서도 소재산업을 사들이는 것을 보면 '셀 코리아'는 아니다”며 “외국인 순매도세가 우위인 것은 업종 전환 과정에서 덜 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본질적으로 북핵 리스크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그는 “외국인 증시자금이 무차별적으로 나간다면 북한 리스크 때문이겠지만 그동안 낙폭이 컸던 종목들과 일부 코스닥 종목은 사들이고 있고 롱펀드도 공격적으로 팔고 있지 않다”며 “결국 단기 이익실현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은 8월 이후 27 거래일 동안 8거래일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 사자에 나서면서 7일까지 3332억원을 순매수했다.
최근 외국인의 매매행태가 북한 관련 리스크와는 관계 없다는 분석도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는 기본적으로 북한 리스크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본다. 대부분은 북한 리스크를 알고 들어온다”며 “군사적 행동이 나오기 전까지는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 200 전체의 기업이익 추정치가 연초 160조원에서 증가하다가 3월말 4월초, 7월 두 차례에 걸쳐 멈췄다"며 "외국인들이 이 시점에서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봐야 지 북한 리스크 때문에 매물을 내놨다고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