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규격 미달 바닥판' 인수검사 2년 넘게 방치

규격 미달로 불일치품목으로 판명된 미끄럼 방지 철재 바닥판. 100% 용접이 아닌 한 칸 건너뛰기로 50%만 용접되어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규격 미달 바닥판이 설치되는 2년 반 동안 인수 검사 한번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한울 1.2호기의 미끄럼방지 철재 바닥판이 2년 반 동안 들어오도록 한수원은 이 자재의 규격 미달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재시공 조치를 내렸다.

재시공 사유는 철재가 교차하는 모든 접합부에 100% 용접을 하라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납품된 바닥판은 100% 용접이 아닌 한 칸 건너뛰기로 50%만 용접되어 있다.

제작사인 서일공영은 제작도면도 없이 자재를 제작해 납품했다. 제작사는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요구한 하중과 미끄럼방지 등 성능 통과에만 신경을 쓴 것이다.


그러나 시제품 승인 때 시공사가 제출한 제작도면에 대한 해석 차이가 결국 재시공의 불씨가 되었다.

발주처인 한수원은 100% 용접으로 해석하고,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성능시험만 통과하면 용접은 100% 하지 않아도 문제될 게 없다고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제작도면은 현대건설이 제출한 도면이이어서 자기가 제출한 도면의 용접 100% 규정을 임의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게 한수원의 판단이다.

한수원의 기술자문을 맡은 한국전력기술 관계자는 "제작도면에는 전부 다 용접하도록 되어 있다. 시방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시공사가 자신들이 만들어 제출한 시방서 요건대로 제작을 안한 것이다. 모든 아이템에는 제작도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수원 관계자도 "시제품과 제작도면 100% 용접하도록 되어 있고, 그 부분을 승인해 준 것이다. 저희들은 50% 용접을 승인해준 사실이 없다"고 현대건설의 주장을 반박했다.

현대건설은 이러한 변경사항이 있으면 당연히 한수원에 알려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도 이를 무시하다 재시공이라는 화를 자초했다.

이런 해석 차이로 인해 용접 규정을 신경쓰지 않다 보니 공장검사에서 용접 100%에 대한 확인이 제대로 이뤄질리가 없었다.

현대건설은 용접 규격이 표시된 제작도면을 제작사인 서일공영에 넘기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공장검사에서도 용접 분야 점검을 누락했다.

한수원 역시 2년 반이 넘도록 방치해온 책임이 있다.육안으로도 용접을 건너뛰기로 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재인데도 인수 검사시 용접 불량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제대로 검사하지 않은 것이다.

민원을 제기했던 김상돈 벧엘엔지니어링 대표는 "백번 이상 납품이 들어간 2만장 수량 중 단 한 장만 뒤집어 봐도 용접을 제대로 안 한지 알 수 있다. 이건 누군가 눈감아 주든지 묵인해주니까 가능하다. 우리 제품 설계를 강탈해 가니까 화가 나서 찾다 보니까 우연치 않게 찾은 거지 그렇지 않으면 묻혔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인수검사 당시 철재 접합면의 도드라진 용접 부위를 아연도금 상태에서 보기 때문에 용접이 100%인지 50%인지 발견하기 힘들다. 성능 시험을 합격하다 보니 용접 여부를 발견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사안은 기존 계약에서 배제된 업체가 민원을 제기함으로써 불거졌고, 현대건설은 단가를 낮추기 위해 새로운 업체와 계약을 진행해 납품했다가 재시공 조치를 받았다.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원전과, 기술력을 자랑하는 굴지의 현대건설이 규정 해석의 차이와 제품도면 미비, 인수 검사 소홀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아울러 규격 미달 자재 납품이 현대건설의 실수인지 고의인지, 고의라면 누가 50% 용접을 결정했는지 밝혀야 할 부분이다.

한편 재시공 조치를 받은 신한울 1,2호기 철재 바닥판은 1일부터 교체공사가 진행중이다. 당초 이 공사는 2년반 동안 1,800여 톤의 자재를 80억 원(자재비 60억 원, 설치비 20억 원)을 들여 시공을 마쳤다. 재시공 비용은 60억 원이 예상된다. 20억 원(자재 보수 비용) 아끼려다 추가로 40억 원(해체, 재설치 비용)을 날린 셈이다. 현대건설은 재시공 비용을 서일공영에 청구하지 않고 자사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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