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 "'브이아이피' 논란, 태생적 한계라고 생각"

[노컷 인터뷰 ①] 장동건이 밝힌 '브이아이피'의 모든 것

영화 '브이아이피'에서 기획 귀순을 주도한 국정원 요원 박재환 역을 맡은 배우 장동건. (사진=SM C&C 제공)
4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지만 참 기복 없이 잘생긴 외모다. 그러나 이제 장동건은 무채색 안경을 쓴 채 고요히 침잠하는 직장인의 눈을 연기할 줄 알게 됐다.

영화 '브이아이피'. 비현실적인 인물들과 상황으로 가득찬 이 핏빛 느와르에 장동건은 현실감을 잃지 않는 국정원 요원 박재환 역을 맡았다.

고전적 미남의 법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그의 외모는 사실 영화에서 별로 돋보이지 않는다. 차디찬 도시에서 안정된 생활을 꿈꾸는, 자신이 친 사고를 수습하려 하는 다소 비겁하고 냉정한 회사원의 얼굴 만이 있을 뿐이다.


'캐릭터 중심이 아닌' 이 영화에서 장동건은 본인의 몫을 다했다. 영화에 충실히 녹아들어가 김명민과 전혀 다른 색채로 대립각을 세우며 극을 이끄는데 성공했다. 모든 장면에서 연기력만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해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완벽하지는 않을지언정 끊임없이 자신의 길을 찾으려 노력하는 장동건과의 일문일답.

▶ 많은 캐릭터들이 있었는데 왜 하필 박재혁이었는지 궁금하다.

- 중국에 있을 때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원래 시나리오를 보면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박재혁이라는 캐릭터가 끌렸던 이유는 네 명 캐릭터 중에서 유일하게 변화가 있는 인물이었고, 열고 닫는 역할을 하는게 좋았다. 이 영화는 각 배우들이 400m 계주를 하면서 서로 바통 터치를 하는 성격이라 자기 것을 잘하는 게 중요했다.

▶ 박훈정 감독하면 영화 '신세계'가 먼저 떠오른다. 장르 자체는 '신세계'와 같은 느와르인데 촬영하면서 무엇이 다르다고 느꼈나.

- 원래 시나리오 작가를 하던 시절부터 감독님 작품을 좋아했다. 어떻게 보면 거창한
국가기관들이 다 모여있는데 현실에 있을 법한 리얼리티가 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 어쨌든 이 영화는 캐릭터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건이 주인공인 영화다. 처음에는 캐릭터적으로 뭔가 보여드려야 하지 않나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감독님이 최대한 그런 걸 덜어내라고 했던 게 맞다고 느꼈다.

영화 '브이아이피'에서 기획 귀순을 주도한 국정원 요원 박재환 역을 맡은 배우 장동건.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 채이도 역을 맡은 김명민과는 동갑내기라고 들었다. 실제 만나는 장면도 굉장히 많았는데 현장에서는 어떻게 지냈나.

-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된 사이다. 정말 외향적이면서 활발하고 유쾌한 사람이다. 내게도 먼저 다가오고, 바로 친구하면서 말도 놓으니까 정말 좋았다. 어색한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본인이 뭐든 먼저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가 있고 없을 때 현장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연기할 때는 정말 유연하고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탁월한 배우다.

▶ 사이코패스 살인마 김광일 역의 이종석과는 끝까지 남다른 호흡을 맞췄다. 이종석 같은 경우는 이 영화를 너무 하고 싶어서 스스로 찾아온 입장인데 본인도 그렇게 절실했던 기억이 있나.

- 그 심정이 어떤 건지 안다. 나도 '해안선'에 들어갈 때 감독님에게 먼저 찾아가서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었다. 종석이에게 뭔가 갈증이 있고, 변화를 필요로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정말 자기 것을 다 내려놓고 단점과 약점을 보여주면서 도와달라고 하는 느낌이었다. 이 친구가 절실한만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내 예전 경험에 비춰보면서 응원하는 마음도 생겼다.

▶ 김광일과 그 무리들의 초반 살인 장면이 불필요하게 잔인함의 강도를 높여 여성 캐릭터를 도구적으로 이용했다는 논란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다.

- 이런 영화의 태생적 한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이 영화를 보고 너무 잔인하다고 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너무 밋밋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만 문제는 잔인한 장면이 뭘 위해 존재하느냐에 달려있다. 이 영화에서는 김광일의 캐릭터를 표현해서 거기에 관객들이 분노해야 흘러가는 영화다. '악마를 보았다'와 '신세계'의 중간쯤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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