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요구 직면한 금융당국, 왜?

'관치 금융', '산업 정책이 감독정책을 포획' 등 비판 끊이지 않아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옆 좌석의 윤석헌 교수(사진=금융위원회)
금융 정책 수립과 감독을 수행하는 금융당국이 잇달아 자체 '혁신안' 마련에 착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9일 개혁성향의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 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킨데 이어 금융감독원도 30일 외부 전문가들로 '자체 혁신 TF'를 구성했다.

두 기관 모두 10월말까지 조직 및 운영 상의 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움직임은 새 정부가 '적폐 청산'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데다 그동안 금융정책이나 감독 관행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 온 데 따른 것이다.


비판의 핵심은 금융 감독 당국이 금융산업 성장이라는 산업논리나 경기부양 등 단기적 정책목표에 치우쳐 금융 소비자 보호에 소홀해왔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최근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가 직면한 금융 개혁의 내용은 통상 '관치금융 청산과 금융소비자 보호'로 요약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관치 금융이란 "정치권 또는 관료가 금융감독의 본래적 목표인 금융회사의 건전성 제고·금융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추구하는 대신 금융을 정치적 목적이나 사익 추구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또 "신용카드 사태, 저축은행 사태, 키코(KIKO) 사태, 동양증권 사태 등은 모두 관치금융이 '금융산업 발전'이나 '경기 활성화'라는 정치적 슬로건을 위해 금융감독의 본질을 외면함으로써 금융회사의 건전성 악화, 금융시장 불안정, 금융소비자 피해 등을 야기하고, 때로는 공적 자금의 투입이라는 국민경제상의 명시적 비용을 초래한 대표적 사례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을 청산하는 것이 바로 문재인 정부가 추구해야 하는 '금융적폐 청산'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참여연대는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들이나 비판적 전문가들이 지목하는 최근의 '적폐' 사례는 인터넷 은행인 K뱅크의 인가 과정이다.

은행법과 은행 감독 규정 등에 따르면 은행업 허가를 받으려면 최대 주주의 재무 건전성이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최대주주의 '최근 분기말 현재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비율)'가 동종 업계의 평균치 이상이어야 한다고 관련 법규에는 규정돼 있다.

그러나 K뱅크의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의 '최근 분기말 현재'의 BIS 비율이 14%로, 국내 은행 평균인 14.08%보다 낮았다.

그러자 금융위원회는 이를 '최근 3년간'의 BIS비율로 기준을 넓히도록 유권해석을 내려 우리은행은 재무 건전성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평가됐고 K뱅크는 인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지난 7월 김영주 당시 더불어 민주당 의원(현 고용노동부 장관)과 참여연대가 '특혜'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 시민연대도 지난 달 21일 금융위원회와 국회 정무위원회에 낸 '인터넷 전문은행을 둘러싼 문제점과 제도 개선 방안을 담은 의견서'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을 주도한 금융위원회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초기 정착을 이유로 '자본 건전성 규제 완화 적용(BaselⅠ)', 'K뱅크 인가 특혜', '손쉬운 대출환경 조성' 등의 과도한 특례와 특혜를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이어 "이는 금융위원회에서 금융 산업 정책과 금융 감독 정책이 혼재돼 서로 상충하고, 금융 감독이 산업에 포획되는 문제점이 고스란히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4년의 카드 대란이나 2011년 저축은행 사태는 감독소홀로 결국 금융소비자인 국민의 피해가 컸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에 비판적인 시민단체들과 전문가들이 자주 거론하는 사례다.

경제개혁연대는 2004년 카드대란 사태의 경우 "당시 금융산업 정책과 금융감독 정책 및 집행 기능이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에 혼재된 상태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였고 경기부양 등의 정책목표가 우선됨에 따라 카드회사 건전성 감독이 부실해진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참여연대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 대해 "가깝게는 2005년의 동일인 여신한도 완화 정책, 멀게는 2001년 저축은행으로의 명칭 변경 및 예금자 보호법 개정이 저축은행 사태의 불씨가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이미 심화된 저축은행의 부실을 숨기기 위해 진행된 2008년 우량 저축은행의 부실저축은행 인수와 부실채권의 한시적 자산관리공사 매각 등의 정책은 저축은행 사태를 확산시키는 촉매제가 됐으며 이 과정에서 적절한 금융감독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참여연대는 평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혁신안을 마련할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위원장에 그동안 대표적 금융정책 비판론자였던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를 위촉하고 ▲금융 행정 투명성·책임성 제고▲인허가 재량권 행사의 적정성 확보▲금융권 인사의 투명성·공정성 제고▲금융권 업무관행 개선의 4가지 분야에서 '권고안'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도 ▲금감원 내부 인사 ·조직 문화 ▲ 검사 · 제재 프로세스 등 2개 분야에 대해 민간전문가들로 '혁신 TF'를 각기 구성했으며 두 TF를 통해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셀프 개혁'안이 어떤 수준으로 마련될지 주목되지만 시민단체들이나 금융전문가들은 결국 대통령 공약과 국정과제에 포함된 "금융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의 분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근본적 개혁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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