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처벌법의 불처분결정이 확정된 가정폭력 사건에 대해 검사가 다시 동일한 범죄사실로 공소를 제기해도 헌법상 일사부재리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상해 혐의로 기소된 40대 A 씨에 대해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혼수 문제 등으로 결혼 직후부터 여러 차례 아내를 폭행했던 A 씨는 지난 2013년 2월 법원에서 가정폭력처벌법 37조 1항에 따른 '불처분결정'을 받았다.
A 씨를 고소했던 아내가 "가정을 회복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법정에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해 보호처분을 하지 않은 것이다.
A 씨의 아내는 그러나 1년 반쯤 뒤 이혼과 위자료 소송을 제기하며 추가 폭행사실까지 더해 A 씨를 다시 고소했다.
A 씨 아내는 "이혼소송에서 자녀 양육비를 보장받기 위해 부득이 다시 고소를 했다"고 했고, 추가로 드러난 범죄사실에 대해 A 씨는 기소됐다.
A 씨는 법정에서 "이미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라 불처분결정이 있었는데도 다시 공소 제기된 것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가정폭력처벌법이 보호처분이 확정된 경우에는 같은 범죄사실로 다시 공소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불처분결정에 대해선 공소제기를 제한한 규정이 없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에 이어 대법원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공소시효에 관해 불처분결정이 확정된 때에는 그 때로부터 공소시효가 정지되지 않고 진행된다“고 규정한 가정폭력처벌법 다른 조항을 근거로도 기소가 가능하다고 봤다.
A 씨는 상고 때 추가로 "이혼소송에서 일반적인 재산분할 비율을 훨씬 뛰어 넘는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저를 압박할 의도로 재차 고소를 했다"고도 주장했다.
대법원은 "공소제기가 단지 고소인의 개인적 감정에 영합하거나 이혼소송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게 할 의도로만 이뤄진 것이라면 공소권 남용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A 씨 사건에서는 "2차 고소의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 결과와 종전 가정보호사건의 기록 검토 결과 등에 근거해 국가 형벌권의 실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