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 총리가 그림 붓을 잡게 된 건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한 전 총리는 처음에는 그림에 소질이 없다면서 손사래를 쳤지만 독방 수감 생활을 지속하면서 마음을 수양하는 한편 외로움과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서화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는 의정부 구치소에서 마련한 서예 치료 교화 프로그램에 참여해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자원봉사를 나오는 난곡 조영랑 선생으로부터 서예와 그림을 배웠다. 조 선생은 과거 배기선 전 의원의 옥중 서예 스승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재소자 5명과 함께 프로그램을 시작했지만 한 명씩 출소를 하면서 마지막에는 한 전 총리만 홀로 수업에 참석했다는 후문이다.
한 전 총리는 수감생활 2년여 동안 서예와 그림을 배우며 실력을 닦아왔는데 측근에게 '글씨는 자신이 없는데 그림은 너무 재밌다'고 할 정도로 흥미를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 중기시대 문인 신흠의 시 중에 나오는 이 구절은 '매화는 일생을 추위에 떨어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뜻이다. 처지가 궁해져도 뜻을 꺾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감옥에 갇혔지만 자신은 결백하다는 소리없는 외침인 셈이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23일 출소하면서 마중 나온 지인들과 지지자들에게 "정말 가혹했던 고통이 있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드디어 만나게 됐다"며 "큰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진심을 믿고 한결같이 사랑을 주신 수많은 분들의 믿음 덕분이었다. 앞으로도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전 총리는 출소 후 김원기, 임채정 전 국회의장 등 원로들을 만나고 지난 23일 경남 봉하마을을 다녀온 일정 이외에는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한 전 총리 측근은 "한 전 총리가 몸도 많이 쇠약해지고 지친 상태여서 쉬고 싶어하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