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 옥중에서 서화(書畵)로 마음 정리

문희상 의원 권유로 시작…수준급 실력, 출소 전 지인들에게 그림 선물

출소하는 한명숙 전 총리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최근 만기출소한 한명숙 전 총리가 옥중에서 서화에 전념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총리가 그림 붓을 잡게 된 건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한 전 총리는 처음에는 그림에 소질이 없다면서 손사래를 쳤지만 독방 수감 생활을 지속하면서 마음을 수양하는 한편 외로움과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서화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는 의정부 구치소에서 마련한 서예 치료 교화 프로그램에 참여해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자원봉사를 나오는 난곡 조영랑 선생으로부터 서예와 그림을 배웠다. 조 선생은 과거 배기선 전 의원의 옥중 서예 스승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재소자 5명과 함께 프로그램을 시작했지만 한 명씩 출소를 하면서 마지막에는 한 전 총리만 홀로 수업에 참석했다는 후문이다.


한 전 총리는 수감생활 2년여 동안 서예와 그림을 배우며 실력을 닦아왔는데 측근에게 '글씨는 자신이 없는데 그림은 너무 재밌다'고 할 정도로 흥미를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문희상 의원 사무실에 걸린 한명숙 전 총리의 그림 (사진=윤창원 기자)
한 전 총리는 매화와 난·대나무·국화 등 사군자를 주로 그렸다. 출소 열흘 전에는 문 의원에게 손수 만든 편지지에 매화와 국화 그림을 선물했다. 매화 그림 한 켠에는 '매일세한 불매향(梅一世寒 不賣香)' 이라는 글귀를 적었다.

조선 중기시대 문인 신흠의 시 중에 나오는 이 구절은 '매화는 일생을 추위에 떨어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뜻이다. 처지가 궁해져도 뜻을 꺾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감옥에 갇혔지만 자신은 결백하다는 소리없는 외침인 셈이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23일 출소하면서 마중 나온 지인들과 지지자들에게 "정말 가혹했던 고통이 있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드디어 만나게 됐다"며 "큰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진심을 믿고 한결같이 사랑을 주신 수많은 분들의 믿음 덕분이었다. 앞으로도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전 총리는 출소 후 김원기, 임채정 전 국회의장 등 원로들을 만나고 지난 23일 경남 봉하마을을 다녀온 일정 이외에는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한 전 총리 측근은 "한 전 총리가 몸도 많이 쇠약해지고 지친 상태여서 쉬고 싶어하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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