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의 유해성분 조사의 단초가 된 생리대 성분 표시는 유한킴벌리가 지난해 6월 값을 올린 신상품을 대거 내놓으면서 '꼼수 가격 인상' 논란을 빚은 지 한달 뒤부터 시행한 것이다.
이 여성단체는 전성분 표시와 관련해 유한킴벌리에 유리한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더 나아가 휘발성유기화합물 조사 대상 중에 유한킴벌리의 경쟁업체인 깨끗한나라만 유일하게 이름이 공개돼 큰 타격을 받았다.
해당 여성단체에는 유한킴벌리 임원이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으며, 실험을 맡은 강원대는 유한킴벌리의 후원을 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 유한킴벌리의 가격인상과 생리대 전성분 표시
회사는 그러면서 "2016년 7월부터 제품의 모든 성분을 브랜드 사이트에 차별적으로 공개하여 소비자가 원할 때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유한킴벌리가 전(全) 성분 표시를 한 시기다. 이는 바로 가격인상에 따른 정치권과 여론의 뭇매를 받을 때와 정확히 겹친다.
지난해 국감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사장 지배적 위치에 있는 유한킴벌리가 3년 주기로 큰 폭으로 생리대 가격을 올리면서 '깔창 생리대' 원인을 제공했다고 질타했다.
이 때문에 유한킴벌리가 가격 인상에 따른 부정적인 여론을 돌리기 위해 전 성분 표시를 꺼내든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6월 신상품을 출시하는 방법으로 가격을 올리고 가격이 싼 기존 제품 생산을 대폭 줄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깔창 생리대' 논란이 한창이던 와중에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기존 제품도 동시에 생산하겠다는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여학생들에게 '깔창 생리대' 문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깔창 생리대' 이슈가 생리대 유해성분 논란에 묻히는 형국이다.
가격 인상과 맞물린 생리대 전 성분 표시는 유한킴벌리가 주도했고 이후 여성환경연대라는 여성단체가 뒷받침했다.
이 단체는 지난 3월 생리대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후 이름이 된 깨끗한나라의 '릴리안'에 대한 피해사례가 봇물터지듯 터졌다. 릴리안 생리대에 대한 피해사례는 여성환경연대에서 접수했다.
이 때문에 깨끗한나라는 대규모 환불사태와 함께 소비자들의 집당소송 움직임에 홍역을 치렀다.
깨끗한나라는 결국 전 성분을 공개하며 '스틸렌부타디엔공중합체'(SBC)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식약처는 30일 SBC에 대해 "미국에서는 식품첨가물로도 사용되고 있다"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설명했다.
여성환경연대의 발표는 결과적으로 유한킴벌리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했다.
LG유니참은 '개선이 필요한 기업'으로, 월크론헬스케어와 피앤지, 깨끗한나라는 '많은 개선이 필요한 기업'으로 규정했다.
이는 이런 일련의 과정은 민간기업과 여성단체간의 부적절한 밀착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유한킴벌리와 여성환경연대가 '특수 관계'임을 방증하는 정황은 다른 곳에서도 포착됐다.
유한킴벌리 임원이 여성환경연대 운영위원으로 지난 2016년부터 활동했고, 생리대 휘발성유기화합물 검출에 대한 용역을 맡은 강원대의 환경연구센터는 지난 2014년 유한킴벌리로부터 1억원의 지원금을 받았기도 했다.
또 용역을 책임진 김만구 강원대 교수가 이끄는 녹색미래와 여성환경연대는 2015년부터 서울 환경네트워크에서 함께 활동 중이다. 생리대 휘발성유기화합물에 대한 조사에 든 비용의 출처도 미스터리다.
여성환경연대는 지난해 포털 사이트 소셜펀딩을 통해 실험 재원을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해당 포털에서는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실험과 관련한 모금과 집행 내역이 나오지 않는다.
여성환경연대는 "지금은 이에 대해 일일이 답변하지 않겠다"며 "필요하면 따로 성명을 내겠다"고 답했다. 유한킴벌리도 "여성단체의 성분 조사와 관련해 회사에서는 한푼도 지원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