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까지만 해도 북미 대화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반복된 북한의 도발로 '냉온탕'을 넘나드는 모양새가 되면서 피로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인내와 '대화'를 향한 목표의식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반도 평화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한미 등 국제사회 공조를 바탕으로 강한 제재·압박이 필요하다는데는 거의 이견이 없다.
특히 29일 도발의 경우 '시험발사' 수준이 아닌 일본 상공을 통과해 미국 영토인 괌까지 타격할 수 있다는 실전 능력을 보여준 '실전도발'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에게 강한 압박이나 제재를 가하는 방안에 힘이 실릴 때 북한으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도발하면 더 심한 늪에 빠질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년 전 '목함지뢰' 사건을 예로 들었다. 당시 우리 군 당국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고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A급)를 발령하는 등 강한 대응으로 맞섰고 급박한 상황 속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이 이뤄졌다.
제재와 압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가 지속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현재 한미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까지 제재하는 등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는 것 역시 이같은 맥락이다.
정 연구위원은 "제재와 압박은 결국, 평화와 대화를 향한 것이란 점에서 이분법적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전제하면서도 "대화와 제재가 동시에 섞인 메시지가 나오면 북한에게 '노력하지 않아도 대화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게 된다"고 우려했다.
다만 북한과 국제사회의 '강대강' 맞대결이 반복, 심화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궁극적으로 대화와 평화가 목표라면, 갈등이 '심화'되는 속도를 최대한 늦추면서 기회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지난 한미 UFG훈련에서 북한이 '저강도' 도발을 했던 것은, 관례적 훈련의 성격도 있지만 미국이 한미 협의하에 군사훈련 규모를 조정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강하게 하면 북한도 강하게, 미국이 약하게 하면 북한도 약하게 나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양측이 서로 자제하며 상황을 이끌어나가는 구도가 돼야 했다"고 덧붙였다.
대화와 제재를 함께 가져가는 문재인 정부의 '베를린 선언'이 장기적인 구상인만큼, '인내'를 가질 때라는 의견도 다수였다.
조급하게 북한이 대화의 길로 나서기를 촉구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길을 열고 유도하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은 '갈 길 가겠다'는 입장을 이미 정립했다. 우리 정부와의 대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북미 관계 정립 등이 북한 입장에서는 더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안 소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북한과의 대화에 매달리듯이 하는 것은 넌센스"라며 "무반응 무관심으로 반응하되, 금강산 관광 등 북한도 호응할 만한 것들을 시일을 정해 통 크게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