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XX야"…욕설·성희롱에 눈물
- 사전고지 2회 후 먼저 전화 끊어
- 고객 따듯한 인사에 감동할 때도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성희(위메프 전화상담원)
(고객) "XX. XX 이X."
(상담사) "욕설하시면 상담 진행 어렵습니다, 고객님."
(고객) "뭐? 너 가만 안 놔둬. XXX."
◇ 김현정> 여러분, 놀라셨죠? 지금 '삐' 소리가 들어가는 부분은 전부 다 욕설이라고 생각해시면 됩니다. 욕설이어서 저희가 방송 불가여서 삐 소리 처리를 했는데, 처리를 하고 나니까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욕설이 많이 들어가 있더군요. 물론 고객이 화가 난 나름의 이유야 있겠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얼굴도 모르는 전화상담원에게 이 막말을 쏟아낸다면 이건 일종의 폭력일 텐데요. 그래서 최근의 콜센터들은 '전화 끊을 권리'라는 걸 도입하고 있답니다. 오죽하면 이런 캠페인이 벌어졌을까 싶은데,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 한번 들여다보죠. 쇼핑몰 위메프의 전화상담사세요. 정성희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정성희 씨, 안녕하세요.
◆ 정성희>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콜센터에서 근무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정성희> 저는 이곳에서 5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5년째. 그러면 하루에 전화를 몇 통이나 소화하십니까?
◆ 정성희> 평균적으로는 100에서 120통 정도 받고 있습니다.
◇ 김현정> 와, 100에서 120통?
◆ 정성희> 네.
◇ 김현정> 전화 끊을 권리라는 걸 시행한 지 위메프는 한 달쯤 됐다고요.
◆ 정성희> 네네.
◇ 김현정> 그러면 정성희 씨도 실제로 전화 끊어보셨어요?
◆ 정성희> 네. 처음 사용했던 거는 구매페이지에서 배송기간이 기재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님께서 당일 우선배송을 지속적으로 요청을 하셨어요. 처음에는 지속적으로 어렵다 재차 양해를 드렸는데 요청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욕설이나 폭언을 하셔서, 저희가 끊을 권리를 2회 경고 안내 후에 선종료를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이게 전에는 상상도 못할 매뉴얼이었던 거잖아요.
◆ 정성희> 맞아요.
◇ 김현정> 확실히 막말 전화, 무례한 전화가 줄어들었습니까?
◆ 정성희> 네, 체감상으로는 한 20% 정도? 그 정도는 줄어든 것 같아요.
◇ 김현정> 20% 정도는? 그래도 아직도 80% 분들은 남아 있는 거예요?
◆ 정성희> 네네.
◇ 김현정> 여러분, 대체 어느 정도 길래 이런 규칙이 다 생겼을까, 이런 규정이 다 생겼을까 싶으실 거예요. 물론 모든 고객들이 다 이렇게 무례하지 않습니다만. 갑질하는 고객들이 적지는 않다고 합니다. 어떤 고객들 정성희 씨는 기억나세요?
◆ 정성희> 고객님께서 주소와 연락처를 잘못 입력하셔서 업체로 다시 반송처리가 되었는데요. 인정을 하지 않으시고 무조건 다시 당일날 받을 수 있게 보내달라고 하시면서 폭언을 하시고, 고객이 요청하신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너 말고 윗사람 바꿔라 얘기하시면서 인격모독적인 표현으로 많이 지칭을 하세요.
◇ 김현정> 욕설로써.
◆ 정성희> 네.
◇ 김현정> 저희가 그런 음성파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하는데 저희가 한 시간상 두어 개만 준비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상담사) "우선 문의 내용…"
(고객) "그냥 온 거 아니야? 삼사십분을 기다려?"
(고객) "야, 너희 누구냐고? 담당부서장 이름은 누구냐고? 너 상사 이름도 모르냐? XXX."
◇ 김현정> 지금 뭐라고 그러는 거예요, 이분은?
◆ 정성희> 무조건 고객님께서 요청하신 대로 처리 안 하냐 억지주장을 하고 계시는 부분이세요.
◇ 김현정> 상사 이름 뭐냐 이렇게 묻는 부분도 나오고. 야, XXX 이렇게 거친 말을 하면서 부르기도 하고.
◆ 정성희> 네.
◇ 김현정> 이런 정도가 아니라 성희롱을 하는 사례도 있다면서요?
◆ 정성희> 신체 일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시면서 거기서 일을 하지 말고 몸으로 일을 해라. 여자로서 생활 못하게 만들어버리겠다… 저는 그런 말씀을 하실 때는 욕설과는 다르게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좀 느껴서 업무에 회의감을 많이 느낄 때도 있어요.
◇ 김현정> 거기서 전화받는 일을 하지 말고 몸으로 일해라? 도대체 무슨 말이에요? 몸으로 일하라니.
◆ 정성희> 네. 요청사항을 못 들어줄 거면 왜 거기 앉아서 일을 하냐. 돈을 받고 있느냐. 그럴 거면 몸으로 그냥 쉽게 일을 해라. 그런 식으로 말씀을 하세요.
◇ 김현정> 참… 그런 게 아주 극히 일부 직원들만 겪는 특이한 일이 아니란 말이에요?
◆ 정성희> 네, 맞습니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욕설 같은 경우는 매일같이 듣고 있고요. 성희롱 같은 경우는 마찬가지로 자주 듣고 있습니다. 태어나서 이런 모욕감은 처음이라고 자리에서 울거나 또는 화장실로 가서 우는 상담사들도 굉장히 많고요.
◇ 김현정> 아예 그만두는 분들도 많겠어요, 못 견디고.
◆ 정성희> 맞아요. 그래서 상처를 많이 받고 그만두는 직원들도 실제로 많고요. 저희가 하는 일에 대한 직업의식이나 자신감도 많이 떨어질 때도 있어요.
◇ 김현정> 그렇겠네요. 정성희 씨 같은 경우는 그럴 때 무슨 생각하면서 참으셨어요, 지금까지는?
◆ 정성희> 저는 얘기, 상담을 하면서 저도 많이 면담을 하고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풀었어요.
◇ 김현정> 서로 말하면서 하소연하면서 그렇게 풀고 풀고 이러면서 버티셨군요, 5년을.
◆ 정성희>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이런 분들에게 전화 끊을 권리라는 게 주어진 겁니다. 반대로 고마운 고객들도 있긴 있을 것 같아요.
◇ 김현정> 나까지 전화해서 미안해요라고 한 분도 있어요.
◆ 정성희> 네. '딸 생각나서 화를 못 내겠네요' 이렇게 웃으시면서 좋은 말씀해 주시는 고객님들도 굉장히 많으세요.
◇ 김현정> 그럴 때는 또 울컥하실 것 같아요.
◆ 정성희> 네, 맞아요. 끊으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 때도 꽤 자주 있어요.
◇ 김현정> 서러워서 울기도 하고 감동해서 울기도 하고 참 그야말로 감정노동자입니다. 콜센터 분들. 이제 전화 끊을 수 있는 권리가 생겨서 보호막을 하나 얇은 보호막 하나 얻으신 거예요.
◆ 정성희> 네, 맞습니다.
◇ 김현정> 끝으로 우리 청취자들도 콜센터에 전화하시는 고객님들이시거든요.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 있으면 짧게.
◆ 정성희> 저희 상담사들한테 대해 주실 때, 물론 불편하신 걸 얘기해 주시는 건 저희 업무이니까 당연히 저희도 그 부분 잘 알고 있는데요.
◇ 김현정> 지적할 부분 지적하시는 건 맞다?
◆ 정성희> 네. 말씀을 해 주실 때 가족을 대할 때처럼 또는 친구에게 말씀하실 때처럼 인격적으로 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아무리 전화를 끊을 권리가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전화 끊는 마음 편하지 않는 거잖아요, 콜센터 직원 분들로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미리 우리 고객들이 주의해 주셨으면 좋겠다, 이런 부탁드리는 겁니다.
◆ 정성희> 네.
◇ 김현정> 힘내시고요.
◆ 정성희> 감사합니다.
◇ 김현정> 저도 이제 콜센터에 전화할 때 보다 더 신중하게 감동 드리면서 전화 드려야겠습니다.
◆ 정성희> 감사합니다. (웃음)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 정성희>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콜센터 직원들에게 전화 끊을 권리라는 게 생겼답니다. 이게 어떤 건지 오늘 자세하게 들여다봤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이죠. 위메프의 전화상담사 정성희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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