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서정주 친일·독재찬양 논란…'친일문학상' 도마 위

미당 서정주(1915~2000·사진)의 문학세계를 집대성한 《미당 서정주 전집》(은행나무)이 20권으로 완간된 것을 계기로 그의 친일 행적과 독재를 찬양한 과거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 지난 21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미당 서정주 전집》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편집위원들은 시로써 제국주의 일본과 전두환 독재정권을 찬양했다는 비판에 시달리는 서정주를 적극 '변론'했다.

서정주의 생전 68년간 시·산문·시론·방랑기·민화집·소설 등의 남긴 글을 수집해 교정까지 맡아 전집을 낸 5명의 편집위원들은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공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거나 "잠실운동장에 잡초 몇 개가 있다고 운동장을 갈아엎어야 하겠는가"라는 변론성 발언을 이어갔다.

서정주 시인의 정치적,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지만 그가 이룩한 문학적 성취가 퇴색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와 역사가 아닌 예술의 관점에서 (서정주가) 얼마나 훌륭한지 봐달라"는 편집위원들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문단 안팎에서는 서정주의 친일·독재정권 찬양 행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른 친일 문학가들과 비교할 때 서정주 시인의 친일 행위 기간은 짧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이광수나 최남선에 견줄 정도로 개탄스럽기 때문이다.


1942년부터 해방 직전까지, 수십 편의 평론·수필·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친일행위를 한 서정주 시인은 1944년 12월9일 친일어용매체인 매일신보에 마쓰이 오장 송가(松井 伍長 頌歌)'를 실었다.

"백 척의 비행기와 대포와 폭발탄과 머리털이 샛노란 벌레 같은 병정을 싣고 우리의 땅과 목숨을 뺏으러는 온 원수 영미의 항공모함을 그대 몸뚱이로 내려쳐서 깨었는가? 깨뜨리며 깨뜨리며 자네도 깨졌는가...장하도다.."라며 일제의 전쟁과 그 전쟁에서 자살 특공대로 보내져 희생된 조선인 청년의 죽음을 미화했다.

해방 직후엔 이승만 자서전을 집필하거나 전두환을 칭송하는 시를 쓰는 등 독재정권과 협력했다. 지난 1987년 1월 전두환 전 대통령 생일 축하 행사에선 ‘처음으로-전두환 대통령 각하 56회 탄신일에 드리는 송시’라는 제목의 서정주 시인의 시가 낭송됐다. 서정주 시인은 광주학살과 12.12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을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드신 이여, 이 나라 역사의 흐름도 그렇게만 하신 이여, 이 겨레의 영원한 찬양을 두고두고 받으소서"라고 칭송했다.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 15일 광복 72주년을 맞아 성명을 통해 "한국 근대문학의 음습한 구석 자리에 ‘친일문학’이라고 하는 괴물이 웅크리고 있다. 일제의 식민통치를 미화·찬양하고 전쟁동원을 선전·선동했던 ‘부역문학’이 바로 그것이다"라며 "친일문학은 단순히 일본제국주의에 동조한 행위가 아니라, 제 민족을 침략전쟁의 소모품으로 희생하게 만든 반민족적 반인도적 전쟁범죄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 나라와 민족을 배반한 자들을 사표로 삼는 기이한 행태는, 전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한심한 짓이 아닐 수 없다"라며 "항일독립투쟁과 반독재민주화운동, 민족민중문학의 정신을 이어받은 한국문학이 더 이상 친일문학으로 오염되고 왜곡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 친일문인 기념 문학상을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는 미당문학상과 동인문학상을 역사정의와 문학정신을 왜곡하는 대표적인 친일문학상으로 규정하고 폐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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