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에게 영화 '청년경찰'은 특별하게 내딛은 한 걸음이다. 처음으로 도전한 '버디무비'에 역할의 크기 역시 이전과는 달라졌다. 박서준은 순수한 행동파 경찰대생 기준 역을 맡아 두뇌파 경찰대생 희열 역을 연기한 배우 강하늘과 호흡을 맞췄다.
자신감 넘쳤던 그의 인터뷰처럼 '청년경찰'은 여름 대작 공세 속에서도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이 정도면 성공적인 스크린 주인공 데뷔작이 아닐 수 없다.
박서준의 드라마 필모그래피는 풍성하다. 역할 크기에 관계 없이 차근차근 쌓아온 그의 꾸준함을 엿볼 수 있다. 아마도 '청년경찰' 상영이 끝나면 영화계에서도 더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도 박서준은 자신의 모습을 버리지 않은 연기 방식을 택했다. '코믹한 청춘'은 박서준이 자연스럽게 내비친 그의 일면에서 오롯이 시작됐다. 이제 막 서른에 도달한 이 배우는 어떤 생각으로 '청년경찰'에 도전했을까. 다음은 박서준과의 일문일답.
▶ 일단 두 사람이 끝까지 코믹한 호흡을 유지해 가는 게 보기 좋았다.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갔나.
- 내용은 코믹해도 우리는 진지하게 연기했다. 관객들이 봤을 때 웃겨야지 우리가 웃기게 하면 너무 억지스러운 과장이 될 것 같아 절제하려고 노력했다. 사실 (강)하늘이와는 특별한 과정이 필요 없었다. 대화를 자주 나누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맞춰 갔던 것 같다.
▶ 타이틀 롤이기 때문에 사실상 첫 주인공 데뷔인데 '청년경찰'에 끌렸던 이유가 궁금하다.
- 일상적인 사건이지만 재밌었고, 기본적인 분위기 자체가 유쾌함을 잃지 않아서 흥미로웠다. 아무래도 나도 대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접근이 쉬웠다. 20대 초반 남자들의 호흡도 많이 끌렸고, 행동파인 기준만 놓고 봣을 때는 재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두 사람 호흡은 궁금증이 들더라. 기준 캐릭터는 순수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고, 힘쓰는 모습도 귀여웠다.
- 기본적으로 상대 배우에게 반응을 많이 하려고 하는 편이다. 나는 누구든 맞출 수 있다는 생각을 계속 갖고 있어야 되겠더라. 연기는 계속 호흡을 같이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사실 한 작품을 같이 하기까지가 어려운 일이고, 엄청난 시간을 같이 보내는 거다. 그 감사함을 간직하고, 작품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잘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노하우가 있다면 최대한 열려 있으려고 하는 거다.
▶ 연기를 보면 굉장히 실제 배우 '박서준'의 모습이 많이 투영된 느낌이 든다. 원래 자연스럽고 편한 생활 연기를 추구하는 편인지.
- '나 연기한다'고 하는 톤 자체를 너무 싫어한다. 대사보다는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어 한다. 판타지 장르에 나오는 외계인이라도 분명히 그 안에서 어떤 자연스러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 성격과 생각을 가지고 캐릭터에 먼저 접근하는 건 당연한 거다. 나와 맞는 부분들은 공감하고, 그게 아닌 부분들은 간접경험을 통해 이해하면 된다. 이 사람을 이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캐릭터에 맞게 확장 시키고, 상황 안에서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 거친 욕설은 아니지만 또래끼리 주고받는 욕설이나 신조어들도 많다. 실제로 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 그 나이 또래들만이 갖는 어떤 친밀도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서는 신조어도 고려를 많이 했다. 아무래도 주고 받기가 생기고, 진짜 친한 친구들끼리 만나면 그러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상스러운 욕을 하지는 않지만 어렸을 때 봤던 친구들과는 욕이 섞인 대화를 나눈다. 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다만 대화에 욕이 절반인 사람은 보기가 좀 힘들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웃음)
- 연기는 '경쟁'이 아니라 '균형'이다. 서로 사이가 좋고 믿어야만 분위기를 살리는 애드리브가 가능하다. 하늘이의 웃는 모습을 두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대사는 사실 굉장히 간단했었다. 코미디는 반복을 통한 웃음이 있어서 그런 느낌으로 애드리브를 함께 했다. 지문에는 한 줄로 나와 있어도 영상으로 찍으면 길다. 그럴 때 지루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 중간 중간 애드리브를 하기도 했다. 하늘이가 있어서 정말 재밌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사실 올 여름 쟁쟁한 대작들이 많다. 그 사이에서 '청년경찰'이 어떤 매력으로 본인에게 다가왔는지 궁금하다.
- 내가 이 영화를 한다고 하니까 의아해 하는 분들이 꽤 있더라. 나는 내 느낌을 믿는다. 그냥 과정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하기로 한 거다. 누군가의 강요나 설득에 의해서 했다면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런 건 특정 대상을 원망하게 돼 좋지 않은 것 같다. 작품도 사람도 타이밍인데 나중에는 할 수 없는, 파릇파릇한 지금 딱 할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
▶ 배우 박서준이 '청년경찰'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일까.
- 내 또래에서 할 수 있는 걸 고민하는 편이다. 근래 이런 영화가 없었고, 사실 드라마를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제 연령대 역할이 영화에는 많이 없다. 반면에 드라마는 그렇지 않다. 물론 선배들이 많은 작품에 막내로 들어가서 과정을 겪어 보는 것도 좋겠지만 배우로서는 많은 장면들을 주체적으로 가져가 보고 싶은 욕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영화가 젊은 배우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