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정부시절이던 1993년 북핵 위기 협상을 하면서 중단(1976~1993)됐지만 한·미 양국군을 합쳐 20만명의 대규모 병력이 실기동 훈련을 했다.
1980년대 초, 봄이 돼 팀스피리트 훈련이 시작되면 지금은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진 경기도 여주 남한강 백사장에 헬기 1백여대가 새까맣게 내려앉곤 했다.
적지 침투훈련을 하는 특전부대원들의 낙하산이 남한강 상공을 가득 메우고 여주·양평 일대 야산마다 얼굴에 위장을 한 군인들이 득실거렸다. 산에 있던 군인들이 반합 몇개씩을 들고 마을로 내려와 자연스럽게 김치를 얻어가던 훈련이기도 했다.
이 팀스피리트는 북한이 기습적으로 침략해도 미 본토에서 긴급히 증원군 파병이 가능하다는 한미방위공약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훈련으로 1969년 북한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 인근까지 침투해 시작된 '포커스 레티나'(Focus Retina) 훈련에 뿌리를 두고 있다,
주한미군 철수를 내세웠던 카터 행정부 시절 한미 방위공약 약화가 우려된다는 나오자 1970년대 후반부터 '팀스피리트 훈련'으로 이름을 바꾸고 규모를 더 늘려 1993년까지 진행됐다.
이 팀스피리트 훈련을 대체한 것이 '키 리졸브(Key Resolve)·독수리 훈련'이다. 역시 유사시 미 증원군의 병력과 장비를 신속히 한반도에 전개하기 위한 실기동 훈련으로 보통 한미 양국을 합해 4~5만명의 병력이 참가한다.
2008년부터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으로 명명돼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올해도 키리졸브 훈련이 끝날 즈음인 지난 5월에 핵추진 항공모함인 칼빈슨호와 장거리 전략폭격기인 B-1B 랜서 등이 전개된 바 있다.
특히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폭격기 B-1B 랜서는 지난달 28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을 발사한 다음날에도 전개되는 등 최근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용으로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이 지난 15일 괌 포위사격 위협에서 한 발 물러서면서 "조선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막자면 핵전략장비들을 끌어다놓고 있는 미국이 먼저 바른 선택을 해야 된다"고 한 것이 바로 이런 전략자산을 겨냥한 것이다.
또다른 한미 연합훈련이 21일부터 시작돼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다.
UFG는 우리 정부에서 하던 을지연습과 한미 사령부 군사연습인 '포커스렌즈(Focus Lens)'가 통합된 것으로 실제 야외 기동이 없는 지휘소 훈련이다. 시뮬레이션을 통한 워게임 형식으로 진행된다.
군 관계자는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은 실제 병력이 기동을 하면서 전투와 상륙훈련 등을 벌이지만 UFG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작전과 전투, 군수 조달 등의 훈련을 하는 것"이라며 "시뮬레이션 훈련에 수만명의 병력이 투입될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지만 필요하다는 것이 한미 군당국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올해 UFG 훈련에 참가하는 미군 병력은 지난해 보다 7천5백여명 가량 줄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최근 한반도 긴장 상태를 고려해 훈련규모를 축소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20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주장과 상관 없이 후방지휘소 훈련에 초점이 맞춰져 훈련에 참여하는 미군 수가 줄어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미 연합훈련에 북한이 늘상 반발하는 것은 방어훈련이라는 한미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공세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우발적 상황에 의한 것이든 북한의 의도에 따른 것이든 전쟁 상황이 벌어지면 일단 방어가 우선이지만 이는 곧 공격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한미 연합훈련 참여병력이 수만명에 이른다는 것도 북한에게는 여전히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예전 20만명이 참가했던 팀스피리트에 비해 참가 병력이 크게 줄었더라도, 적을 규정해 놓고 대략 5만~7만의 병력이 연합훈련을 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한반도에서의 한미 연합훈련 말고는 없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이자 휴전 상태인 한반도에서만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대규모 연합훈련이 연례적으로 벌어지고, 훈련 규모를 늘려라 줄여라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