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후보자는 25회 사법시험을 통해 법관이 됐다. 그보다 사법시험 선배인 현역으로는 박상옥(20회), 김용덕·고영한(21회), 김신·권순일·조재연(22회), 김창석·조희대·이기택(23회) 대법관 등 9명이나 된다.
'선배 대법관' 중 김용덕(2018년 1월), 고영한·김창석·김신(2018년 8월) 등 4명이 향후 1년 안에 임기를 마치지만, 그 뒤에도 절반의 선배들이 남는다. 현직 양승태 대법원장과 비교해도 무려 13기수나 후배여서, 전형적 기수파괴 인사다.
대법원장 임기 6년 체제가 정비된 현행 헌법 아래 첫 대법원장이던 윤관 대법원장에 이어 최종영·이용훈·양승태 대법원장에 이르기까지 '선배 대법관'을 모신 대법원장은 없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에 전임자보다 5기수 후배인 윤석열 검사장을 승진 임명하는 등 잇따른 인사조치로 검찰 조직의 기수 문화를 파괴한 바 있다. 이번 인사에서도 법관사회를 겨냥해 동일한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동한 김 후보자의 성향 자체도 '양승태 체제' 개혁에 대한 전망을 높이고 있다.
김 후보자는 올 봄 인권법연구회의 학술행사에서 "제도적 측면을 정비해 법관의 독립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 발표한 바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이 행사 관련 외압을 가했다가 '개혁 대상'에 몰렸다.
진보성향 법학자인 한양대 박찬운 교수는 "청와대가 정말 센 카드를 내놨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코너에 몰렸는데 연구회 대표를 대법원장으로 지명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의 온화한 인품이 개혁을 연착륙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전직 판사는 "김 후보자가 사법개혁 의지 면에서는 청렴하고 강직한 분이지만, 성품이나 일처리 방식이 과격하지는 않다. 조화를 잘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