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도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축적된 상황에서 국민의당 당권교체에 이어 ‘한국당의 혁신’이라는 변수가 등장하자 내부 기류가 복잡해지고 있다. 탄핵 이후 침체돼 있던 보수진영이 변화의 흐름과 마주한 모양새다.
◇출발점 선 홍준표식 인적청산…혁신위서도 ‘朴 출당론’ 우세
홍 대표는 지난 16일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박근혜 출당론을 띄웠다. 그는 “앞으로 우리 당에서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가 될 것”이라며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무한 책임을 지는 자리다. 자기가 잘했건 잘못했건 간에 결과에 대한 무한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재판 결과와는 상관없이 박 전 대통령에게 보수 궤멸의 책임이 있는 만큼, 그와 선을 그어야 한다는 논리인 셈이다. 즉각 당내 반발 목소리가 나왔지만, 그는 18일에도 “우파 혁신의 출발은 바로 이 문제”라며 “찬반을 당내 논쟁의 장으로 끌어들여 보자”고 말했다.
홍 대표는 ‘혁신의 서론’으로 박 전 대통령 출당을 언급함과 동시에 본론 격인 친박 인적청산에 대해서도 “중지를 모으겠다”며 운을 띄웠다. 혁신위 내부에서도 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는 찬성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위 관계자는 “인적 청산과 관련해서는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역 의원 제명을 위해서는 의원총회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규정도 손볼 수 있다는 뜻이다.
반(反) 탄핵 인사이자 박 전 대통령 출당에 반대했던 류석춘 혁신위원장이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출당론에) 제가 개인적 소신으로 얘기한 것과 혁신위의 선택과 판단이 반드시 일치할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내부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
박 전 대통령 출당과 친박 인적청산은 바른정당의 오랜 요구사항이었다는 점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홍 대표가 보수통합 플랜을 가동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 핵심관계자는 “인적쇄신이 해결되면 바른정당은 따로 있을 명분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공천 작업이 본격화되는 다음 달 쯤되면 바른정당에선 지역부터 통합요구가 빗발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른정당, 자강론 ‘흔들’…연대·통합론 솔솔
바른정당은 표면적으로는 자강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를 유지할 동력이 점차 약해지는 기류다.
이혜훈 대표 체제에 대한 내부 불만이 축적되면서 당 안팎에서는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뭉쳐있던 의원들조차 와해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의원은 “매주 현장에 다닌다고 해서 당이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느냐”며 “지도부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구성원들의 뜻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도부 인사조차 “이 대표의 메시지는 명쾌하지만, 사람을 보듬는 데 있어서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의원들과 교류하며 접촉면을 넓히는 한편, 한국당의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어수선한 당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런 가운데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한 바른정당 의원 10명은 16일 단체로 모였다.
유 의원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인사들도 참석한 가운데, 김 의원도 당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음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의원들이 김 의원에게 오래 전에 제안해 마련된 자리였으며, 친목을 위해 식사를 한 것”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이들 사이에서는 자강론과는 배치되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재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친박 청산과 박 전 대통령 출당이 이뤄지면) 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이 왜 없겠느냐”며 “원인이 제거되면 원점에서 누구나 다 (통합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뭔가를 먼저 액션을 취해버리면 자유한국당은 기회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또는 한국당과의 연대나 통합은 ‘시기의 문제’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