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싣는 순서 |
① 주민 5%가 암환자…중금속 날리는 '발전소 마을' ② 옥상에 쌓인 '검은가루'…코앞 발전소와 무관? (계속) |
발전소 측은 "먼지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분석 결과 해당 물질에는 석탄재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 "빨랫감에서도 시커먼 재가 묻어나와"
옥상 곳곳에 정체불명의 시커먼 가루가 널려 있었다. 입자는 최대 1㎝ 이상으로 일반 먼지보다 크고 거칠었다. 손으로 만지면 쉽게 닦이지도 않았다.
한바탕 내린 소나기에도 가루는 물에 녹지 않았다. 젖은 가루를 손가락으로 비볐더니 찐득찐득한 기름이 묻어 나올 뿐이었다. 발전소와 가깝게는 200m가량 떨어진 명덕마을 가옥 옥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주민 도경숙(54) 씨는 "옥상이나 바닥에 쌓인 가루를 쓸어서 버리는 게 우리 일상"이라며 "심지어 널어놓은 빨랫감에서도 자꾸 시커먼 게 묻어나와 밖에 널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성토했다.
◇ '석탄' 식별성분…가까울수록 높아
실제로 CBS노컷뉴스가 명덕마을 가옥 3곳의 옥상에서 확보한 '검은 가루'를 민간 오염측정 전문업체 '원일화학&환경'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3개 시료에 모두 비소와 셀레늄 성분이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소와 셀레늄은 석탄 성분을 식별하기 위해 '표지'로 사용되는 중금속이다.
해당 성분은 특히 3곳의 측정장소 가운데 발전소와 가까울수록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발전소와 2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채취한 A 시료에서는 비소가 0.446㎎/㎏, 셀레늄이 7.644㎎/㎏ 검출됐다. 반면 300m, 4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확보된 B 시료와 C 시료에서는 비소가 각각 0.352㎎/㎏, 0.173㎎/㎏ 나왔고 셀레늄이 4.005㎎/㎏, 1.665㎎/㎏ 검출됐다.
이와함께 발전소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A 시료에는 칼륨 성분도 764.210㎎/㎏ 검출됐다. 칼륨은 생물성 물질의 연소 과정에서 배출되며 석탄 대용으로 일부 쓰이는 우드펠릿 연소과정에서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하동발전소에서 석탄재와 더불어 우드펠릿을 뗄 때 생성된 물질도 함께 마을 쪽으로 날아왔을 가능성이 있다.
◇ 발전소 측 "관련 없다…황사일 뿐"
한국남부발전 하동발전본부 관계자는 "(가루는) 차량으로 발생하는 먼지라고 보면 된다"며 "인근 산단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꼭 발전소에서 나온 물질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태풍이 분다거나 하면 완벽하게 100% 차단이 되지는 않아 일부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해 함초와 갈대숲까지 조성한 상태"라며 "주민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그 정도 영향은 없다"고 덧붙였다.
발전소 측은 지난해 연구용역을 통해 주민들이 제시한 '검은 가루'를 분석했으나 '황사에 의한 먼지'라고 판단했다. 당시 보고서에는 "야적장이나 회처리장 연소재 날림으로 인한 마을의 생활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