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꼬리칸 떠올리는 닭장…친환경방사농장에 관심 집중

2013년 7월 개봉된 영화 '설국열차'를 보면 앞칸과 뒷칸의 모습은 극과 극이다. 맨 뒷칸, 일명 '꼬리칸'에 탄 사람들은 더럽고 비좁은 공간에서 짐짝처럼 잠을 자고 바퀴벌레로 만든 양갱을 먹는다.

소름끼치는 그 장면은 우리 주변에 산재한 양계농장을 연상시킨다. 그렇게 비참하게 사육된 닭, 그 닭이 낳은 달걀은 우리들 식탁에 거의 매일 오르고 있다.

열악한 양계환경은 축산관련 규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 산란계(알을 낳는 닭) 1마리당 최소 사육면적은 0.05㎡(25×20㎝)로 규정돼 있다. A4용지 한 장(0.06㎡) 크기 보다도 좁다.

닭을 몰아넣은 철창은 자그마치 최대 9단까지 쌓아올려진 경우가 많다. 층층이 쌓아올린 밀집사육 철창을 일명 ‘배터리 케이지’라 부른다.

상당수 농가에서는 산란율을 높이려고 밤새 조명을 밝히기도 하고 일시적으로 산란율을 높이기 위해 1주일 이상 모이를 주지 않는 강제털갈이도 자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사육환경을 개선한다며 지난 4월 내놓은 방안은 1마리당 사육면적을 0.075㎡로 찔금 조정하는 것이었는데 이 마저도 기존농가는 10년 유예하는 것이었다.


현재의 양계농장은 동물을 키우는게 아니라 닭고기와 달걀을 찍어내는 공장인 셈이다. 축산 선진국인 유럽연합(EU)은 2003년부터 배터리 케이지 신축을 금지했다.

◇ 흙목욕하는 친환경 방사농장

살충제 달걀의 공포가 전국을 휩쓸면서 친환경 방사농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동물복지농장에서 키운 닭과 거기서 생산된 달걀에 대한 품질의 신뢰도 때문이다.

전남 영광군 백수읍에 위치한 A양계농장에는 살충제 검출 소식이 전해진 15일부터 소비자들의 문의와 주문이 크게 늘고 있다.

이 산란계 농장은 밀집사육이라면 10만 마리 가량을 키울 수 있는 부지에 8천마리만 사육한다. 사료에는 아마씨와 새싹 등을 넣어서 먹인다. 흙과 풀이 있는 방사장에서 뛰어 다닐 수 있도록 방사사육에 주력해 살충제나 방부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게 업주 유 모씨의 설명이다.

유씨는 "기본적으로 마당에 놓아 기르기 때문에 닭이 흙목욕을 하거나 부리질을 통해 몸에 붙은 해충들로부터 자기방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며 "최근 친환경방사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 농장의 달걀 가격은 40개 들이 1박스에 택배비 포함 2만4천원, 달걀 1개에 6백원꼴로 다소 비싸지만 주문량은 오히려 늘었다.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에 위치한 B농장. 1천5백마리만 사육하고 있는 역시 동물복지형 축산농장이다. 항생제와 살충제를 쓰지 않고 성장촉진제나 유전자 변형사료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밀과 고추씨, 어분, 깻묵 등을 섞은 자가사료를 먹인다.

햇볕이 드는 닭장 바닥은 맨땅이어서 흙목욕이 가능하고, 볏짚과 낙엽도 깔려 있어 닭똥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고 한다.

달걀 1개당 1천원이라는 적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한 문의가 늘고 있다.

업주 윤모씨는 "달걀 홍보차 이번 주 킨텍스에서 열리는 베이비페어에 참가신청을 해 놓았으나, 박람회에 나가지 않아도 될 만큼 주문이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이 부담스러워 주문을 끊었던 고객들이 다시 문의를 해오고 있다"며 "사육 환경을 직접 보신 분들은 품질을 확신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친환경 달걀에서도 살충제가 검출되면서 그럴듯한 인증마크가 결코 식품안전을 보장하는 징표가 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축산환경과 인증마크를 둘러싼 정부의 제도개선이 중요하지만 저가 경쟁 보다는 품질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소비자들의 인식도 함께 바뀌어야 '꼬리칸 닭장'이 없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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