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매일 먹였는데"…영·유아 부모들 '비상'

어른보다 아이에게 위험…"정부 발표만 목빠지게 기다려"

국산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이 15일부터 계란 판매 중단에 들어갔다. 이날 서울 한 대형마트 계란판매대가 텅 비어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서울 종로구의 한 키즈카페, 유모차를 끌고 아기옷을 둘러보던 주부 서현주(36) 씨는 '계란 파동' 얘기에 얼굴에 그늘부터 드리웠다.

서 씨는 "아이들에게 매일 계란찜이나 스크램블에그를 해줬다"며 "내가 먹인 계란 때문에 아이가 나중에 부작용이나 후유증에 걸리진 않을까 걱정돼 눈앞이 깜깜하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국내 농가의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성인보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영·유아가 가정에 있는 부모들은 '비상'에 걸렸다.


정부 발표 전 아이에게 저녁식사로 계란말이를 먹였다는 김계용(42) 씨도 "계란에 살충제 성분이 있다는 소리에 눈 앞이 캄캄해졌다"며 "다행히 살충제가 검출된 계란은 아니었지만 사 논 계란을 먹기에는 찝찝해 버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먹여야 하는데 먹을 것으로 자꾸 속이고 감추는 일들이 발생하니까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전했다.

살충제가 검출되지 않은 계란에 대해서도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1살, 4살인 두 아이를 키우는 김소현(34) 씨는 "특정 지역번호가 적힌 계란만 문제가 된다고 하는데 우리집 계란도 앞으로 얼마든지 검출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청정지역이니 친환경 제품이라고 하는 것들을 믿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살충제 계란'에 대한 농림축산식품부의 전수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16일 경기도 양주 한 산란계 농장에서 직원들이 계란 출하 전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아이들 식탁에서 고영양 식품인 계란 요리를 대체할만한 제품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

마트에서 계란 대신 두부를 구입했다는 주부 안혜진(34) 씨는 "1주일도 안 된 계란 한판이 집에 있지만 아이들에게 먹이진 못하겠다"며 "아이들에게 계란 대신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두부를 요리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4살 아이를 키우는 박혜림(34) 씨도 반찬 걱정이 한가득이다.

박 씨는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찾아보면 계란이 안 들어가는 게 거의 없다"며 "당분간 계란을 안 쓰는 요리를 찾으려고 요리책을 뒤져보고 있다"고 한숨 쉬며 말했다.

어떤 계란이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해 부모들은 정부 발표만 목을 빼고 기다리는 상황이다.

성북구에 거주하는 최경진(40) 씨는 "정부에서 전수조사를 진행한다고 하는데 일단 그때까지는 계란은 먹지 말고 기다릴 생각이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국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져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영·유아의 경우 살충제가 들어간 계란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앙대학교 하상도 교수는 "현재 나오는 살충제의 검출양이 크게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어린아이의 경우에는 성인보다 체중이 적고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살충제에 노출되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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