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이인규 변호사 돌연 미국행

국정원 적폐청산 진상조사 와중에 해외 출국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이인규 전 중수부장(변호사)이 법무법인을 사직하고 돌연 미국으로 유학을 가기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 변호사는 지난 달 다니던 로펌을 그만두고 이달 중 '해외 유학'을 명분삼아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바른에서 8년간 변호사 생활을 해왔다.

법조계 내부에서는 이 변호사가 돌연 미국행을 선택한 것은 국정원이 조사하는 적폐청산 작업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정원 조사 등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외로 몸을 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국정원은 적폐청산 TF를 발족시켜 국정원의 SNS장악 문건과 서울시 간첩사건 그리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논두렁 시계 등 13대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 (사진=자료사진)
이 전 중수부장은 13가지 적폐 의혹 사건 가운데 논두렁 시계 사건의 주요 당사자로 지목돼 조사대상 1순위에 올라 있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2015년 2월 경향신문 기자들과 회식자리에서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 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며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내용으로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장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시계는 어떻게 하셨습니까'라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이 '시계 문제가 불거진 뒤 (권 여사가) 바깥에 버렸다고 합디다'라고 답한 게 전부"라며 "논두렁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런 식으로 (국정원이) 말을 만들어서 언론에 흘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 개입 근거에 대해서는 "(언론까지) 몇 단계를 거쳐 이뤄졌으며 나중에 때가 되면 밝힐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덧붙였다.

◇ 국정원, 이인규와 미팅했지만 여전히 "국정원 주도" 주장

국정원 (사진=자료사진)
국정원 감찰반은 이와관련 이 변호사를 모처에서 만나 논두렁 시계사건과 관련된 한차례 면담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측 관계자는 "이 변호사가 이 자리에서도 여전히 "국정원 주도했다"는 말만 되풀이해 아무런 소득이 없었고, 적폐청산 조사는 감찰차원의 조사여서 강제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더이상 진전시키기도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논두렁 시계 사건의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진상은 검찰이 자체적으로 진상조사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논두렁 시계 사건은 대검 중수부가 고 노무현 대통령을 조사하던 2009년 5월 13일 "노 전 대통령은 권 여사가 자기 몰래 시계를 받아 보관하다가 지난해, 박연차 전 회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시계 두 개를 모두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SBS가 보도하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이어 다른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달려들어 있지도 않은 억대 시계를 찾기 위해 봉하마을 논두렁을 파헤치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열흘 뒤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망신주기 수사의 대표로 손꼽히는 사건이다.

◇ 이인규 "나중에 때가 되면 밝히겠다" 해놓고…돌연 미국으로 '피신' 논란

이 전 중수부장은 2009년 이후 논란이 돼 온 논두렁 시계 사건과 관련 "국정원이 주도했다"고 주장하면서 두 번씩이나 "나중에 얘기를 하겠다"고 말해 왔다.

경향신문과의 회식에서 "(언론까지) 몇 단계를 거쳐 이뤄졌으며 나중에 때가 되면 밝힐 것"이라고 말했을 뿐만 아니라 국정원이 적폐청산 TF조사에도 "조사하면 그때 이야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국정원이 주도했다고 주장할 뿐 '국정원의 누가 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근거를 내놓치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돌연 해외 출국을 선택한 것이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검사장까지 지낸 50대 후반의 변호사가 '그 나이에 해외로 나갈 일이 뭐있겠냐'며 "이거는 백퍼센트 피신하는 것 외에는 다른 해석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 변호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된 직접 당사자이기때문에 주변에서 '일단 밖으로 나가 있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조언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앞으로 국정원의 적폐청산 사건이 검찰 수사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일단 '소용돌이'가 가라앉을 때까지 해외로 가있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논두렁 시계 사건과 관련 국정원 직원들은 이 전 중수부장의 '국정원 주도'에 대해 "그거는 이인규가 만들어낸 말이다. '논두렁 시계'와 국정원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오히려 진상조사를 하니까 '차라리 이번 기회에 사실대로 밝혀지면 좋겠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이때문에 논두렁 시계 문제는 국정원이 아니라 검찰이 당시 대검 중수부를 상대로 직접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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