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산란용 병아리 가격이 폭등하면서 농가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병약한 병아리까지 마구잡이식으로 공급되면서 내년 이후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국내 산란계 마릿수는 5740만 마리로 AI 발생 직후인 지난해 12월말 7천104만 마리의 81% 수준까지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당초 예상했던 것 보다 회복 속도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AI 예방을 위해 재입식 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행정조치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박종구(63세) 대표는 "재입식을 하려면 지자체와 가축위생검사소, 검역본부 등 3군데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일주일씩 소요된다"며 "그런데 담당자가 어디 출장가고 과장이 보고 나갔다고 하면 2주, 3주씩 지연된다"고 전했다.
여기에, 산란용 병아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도 생산기반 회복을 방해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산란용 병아리 가격은 1마리에 2300원으로 AI 발생 이전의 1500원에 비해 53%나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추(10주 키운 닭)는 지난해에 3500원 대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1만4000원까지 4배나 급등했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AI로 국내 7개 종계농장 가운데 2곳이 피해를 입었지만 1월과 2월에 종계 병아리가 집중적으로 입식됐기 때문에 8월부터는 종란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앞으로 산란용 병아리 공급물량이 한 달에 400만 마리를 훨씬 넘어서 AI 발생 이전 수준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런데도 (기업화 된) 종계농장들이 병아리를 비싸게 받고 있는 것은 서둘러 재입식을 해야 하는 산란계 농장들의 조바심을 이용해서 폭리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이처럼 절대 갑인 종계농장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는데, 이들이 어차피 수입해야 하는 종란에 관세를 물리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차라리 산란계 농장들이 병아리를 입식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는 최근 정부가 종란 600톤을 포함해 수입계란 2만8000톤에 대해 올해 연말까지 할당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산란용 병아리 공급물량이 월 400만 마리를 넘어서 평년 수준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표는 "평소 같으면 폐기처분해야 할 병아리도 그냥 서 있기만 하면 (종계장들이) 판매하기 때문에 공급물량이 늘어난 것"이라며 "늙은 노계에서 나온 것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따라서 "이런 병아리들이 앞으로 알을 낳으면 당연히 산란율도 형편없을 것"이라며 "산란계 농장하고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