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비치·펜션 잇단 제동…아직은 설 곳 없는 나체주의

유교문화 영향 '나체' 거부감 커…논란의 누드펜션 폐쇄 수순

"한국이 해변 노출·누드비치 가장 불편하게 여겨" 설문조사 결과도

"옷을 벗고 지낼 자유를 달라" "벗은 몸을 보지 않을 권리도 있다"

충북 제천의 한적한 시골에 들어서 마을 주민들과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일명 '누드펜션' 문제가 매듭지어지고 있다.

주민 반발과 대내외의 비판 여론에 해결책을 찾던 제천시가 문제의 펜션은 미신고 숙박업소라는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에 따라 폐쇄명령을 내리고 공중위생법관리 위반 혐의로 운영자도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미신고 숙박업 부분에 대한 수사와 함께 펜션 운영자 등을 공연음란죄로도 처벌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펜션 운영자는 건물 매각까지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드펜션'은 폐쇄 운명을 맞았지만, 나체주의(누디즘 혹은 자연주의) 자체에 대한 관심은 불러일으켰다.

논란의 중심에 선 누디즘은 국내에선 낯선 개념이지만, 서양에선 학문·예술·종교 등 여러 영역에서 논의돼왔다.

영국 런던 출신 작가, 심리학자에 나체주의자인 필립 카콤은 2010년 나체의 역사·의미를 탐구하는 책을 집필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태초에 아담과 이브가 알몸으로 세상에 왔듯이 옷을 벗는 행위를 인간 본성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보고 나체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해석했다.

그에 따르면 예술적으로 나체는 몸의 해방과 성적 자부심의 상징이기도 하다.
또 주위의 시선을 끌어모아 주장을 명확히 드러내기 위한 시위의 도구로 활용되고, 종교적 의식행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비교적 나체에 거부감이 덜한 선진국 입장에서 제천의 '누드펜션'은 그리 대단한 뉴스가 아니다.

프랑스만 해도 100개가 넘는 누드비치와 2만개의 누드 야영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나체주의자의 권리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홀딱 벗은 몸을 보지 않을 권리 역시 중요하게 여겨진다.

누드비치나 야영장은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된 장소에서 운영되고, 시설 내부에서도 음란행위가 철저히 금지된다.

나체주의는 그러나 유교문화의 영향을 받은 동양 국가에서는 불편하고 수용하기 어려운 주제다.

나체주의를 바라보는 서양과 동양의 차이는 작년 5월 여름철을 앞두고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www.expedia.co.kr)가 주요 24개국 1만1천155명을 대상으로 벌인 해변여행 조사 결과에서 잘 나타난다.

조사 결과 한국 여행객의 81%가 해변에서의 상반신 노출이나 누드비치가 불편하다고 응답, 세계 각급 중 그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일본(75%)과 홍콩(73%)도 누드비치 등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반면 오스트리아(24%)와 독일(28%) 여행객은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국내에서도 전남 장흥군이 2011년 전국 최초로 치유 목적의 누드 산림욕장을 개장해 사회적으로 관심을 끈 바 있지만, 국민정서상 쉽게 자리를 잡지 못했다.

2000년대 초반 강원도 동해안 해변을 중심으로 한 누드비치 조성도 추진됐지만 더는 진척되지 못했다.

옷을 벗고 생활할 자유가 있다는 나체주의 동호회와 벗은 몸을 보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마을 주민들의 갈등은 펜션 폐쇄로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천의 '누드펜션' 논란은 어느 수준까지 누드 문화를 용인할지에 대한 화두를 우리 사회에 다시 던졌다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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