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때 안 전 대표를 최전방에서 도왔던 박지원 전 대표를 비롯해 정치 행보를 함께해왔던 박선숙 의원도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다"며 막판까지 출마를 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던 3일 당일에도 안 전 대표를 만나 설득에 나섰지만 그의 결심을 꺾지 못했다.
본인 의지가 워낙 강했던 탓에 최측근들의 만류에도 출마를 강행한 것이다. 정치적인 타이밍상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조언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안 전 대표가 독배를 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호남 중진들이 당권을 잡을 경우 국민의당의 존속을 담보할 수 없다는 불안이 기저에 깔려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출마 선언문에서 다당제의 가치를 여러번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국민의당이 무너지면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는 빠르게 부활할 것", "소중한 다당제의 축은 우리 국민의당이 살아야 유지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의 최측근은 "본인이 총선에서 어려운 과정을 통해 국민의당을 창당해 다당제의 기틀을 만들었고,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큰 것 같다"며 "창업자로서 당의 색깔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두번째로 지방선거를 앞두고 바른정당과의 정책 연대 등을 통해 당의 외연을 오른쪽으로 확장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또한 안보를 일성으로 강조하면서 "북핵과 미사일 위기, 부동산 폭등, 불안한 에너지 정책과 같은 문제를 두고는 분명한 역할을 하는 야당이 될 것"이라고 말해 정부여당과도 거리를 확실히 뒀다.
자유한국당이 극보수로 흐르며 중도층을 포섭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합리적 중도를 표방하는 바른정당 등과의 연대도 염두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유력 주자인 정동영 의원이 대북관계 등에서 이념적으로 상당히 '좌클릭' 돼 있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합리적 중도에 방점을 찍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정당을 기반으로 정치 활동을 계속 이어가려는 속내도 있다.
이미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제보 조작 사건으로 정계 은퇴 압박까지 받았던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을 위기에서 구한다는 명분으로 정치 활동을 사실상 재개했다.
현실 정치에 거리를 두고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주변 조언에도 불구하고 안 전 대표는 정치에 다시 발을 담그면서 대중들에게 존재감을 상기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어찌됐건 안 전 대표의 출마는 국민의당을 다시 격랑속으로 빠지게 하고 있다.
당장 현역 의원 12명이 출마 반대 성명을 내고, 경쟁 후보인 천정배 의원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최악의 결정"이라고 맹비난하고 있어 당내 반발을 어떻게 수습하고 전당대회를 치를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