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구소는 3일 '2016년 임원 공시 현황 분석 보고서'를 통해 유가증권, 코스닥 상장회사 1천 878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전체 상장회사 가운데 1명 이상 개별임원의 보수를 공개한 회사는 488개사로 나타났다. 5억 이상 고액 보수를 수령하는 임원이 1명 이상 존재하는 회사가 전체 상장회사의 4분의 1을 차지한다는 말이다.
대기업집단 지배주주 임원 중 최고액 보수 수령자는 2년 연속 정몽구 현대차 회장(92억8200만원)으로 나타났으며, 개별기업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임원은 손경식 CJ제일제당 이사(82억1000만원)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조석래 전 효성그룹 회장 등은 형사사건에 연루돼 회사가 곤욕을 치뤘으나 고액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회장의 경우 지난해 11억3500만원 보수를 받았다. 이 중 6억3500만원이 상여금이었는데, 산정기준을 살펴본 결과 '성과급' 명목의 보수가 포함돼 있었다. 재임 중 대형 인수합병(M&A)을 성공시킨 등의 공로를 감안했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었다.
연구소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계속 논란이 되고 있었는데, 이같은 사실을 반영하지 않은 채 고액의 성과급을 고스란히 지급한 것은 문제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대림산업 지배주주인 이해욱 이사 역시 지난해 운전기사에 대한 '갑질 논란'으로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켰지만, 연봉은 13억8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치솟았다. 이 이사의 보수는 급여가 8억6700만원, 상여금이 5억2000만원 가량이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상여금을 2015년 급여 수준으로 받았다고 쳐도, 급여가 1년만에 3억7000만원 이상 오른 이유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고액 보수를 받는 임원들은 다른 사내이사들이나 일반 직원들과도 격차가 매우 컸다. 정몽구 현대 자동차 회장 등 연봉 상위 10명의 임원은 직원 평균 약 85~200배에 달하는 고액의 보수를 받고 있었다. 가장 보수격차가 큰 경우는 612.95배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기업집단 지배주주의 평균 보수는 약 18억원으로 비대기업집단 지배주주나 전체 전문 경영인의 평균보수보다 6~8억원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5억 이상 고액 임원 보수를 항목별로 봤을 때 보수 총액 중 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54.20%로 가장 높았으며 상여 비중이 23.1%로 뒤를 이었다"며 "고액보수 임원의 보수 총액이 성과와 연동되기 보다 고정급 성격의 항목에 따라 산정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