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관 부인이 잡도리에 나선 것은 '속옷 주름' 때문이었다. 런닝의 주인은 군 휴가를 나온 둘째아들. 아들의 빨래를 대신 하라고 지시하더니, 빨래감에 주름이 진 것을 발견하고만 모양이다. 이번엔 뭐가 날아올까. 지난 명절엔 선물로 들어온 과일을 집어 던지던데… 미나리 다듬던 선임은 부인에게 칼을 뺏겨 휘두르는 걸 봤다던데, 전역한 선임은 베란다에 40분 갇힌 적이 있었다던데… 아니, 사령관 아들의 간식 '전'이 얼굴에 날아오는 것보다는 낫겠지? 이번엔 도대체 뭘까.
"왜 안 뛰어와? 느려터진 굼벵이야! 또 늦으면 영창 보낸다고 했어, 안했어!"
공관병의 하루는 사령관이 새벽기도를 가는 새벽 6시부터 시작된다. 별채에서 거주하다 새벽에 출근해 부부가 잠드는 시간까지가 근무 시간이다. 장병표준일과와는 무관하다. 지휘관의 기상과 취침 시간에 맞춰 시중을 들고 허드렛일을 한다. 대부분의 일상은 '주방 대기'. '대기의 연속'이란 바로 '과로의 일상'이다. 손님이 오면 자정 무렵까지 시중을 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루종일 사령관 가족의 빨래, 청소, 조리, 다림질, 텃밭 가꾸기, 화장실 청소 뿐 아니라 성경책 비치, 소파에 떨어진 발톱과 각질 제거, 사령관의 공관 미니골프장 골프공 줍기, 부인이 갖고 있는 10개의 냉장고 관리하기, 부부의 두 아들 뒷바라지까지 세세하게 신경 쓰다보면 하루 시간이 훌쩍간다.
이런 사실을 알리고 싶어도 외부와 접촉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2015년 최차규 전 공군참모총장이 운전병에게 관용차로 자신의 아들을 홍대 클럽에 데려다주라고 명령한 것이 인터넷 제보로 드러난 뒤, 사이버지식정보방을 이용한 인터넷 사용도 금지됐다. 부당함을 신고하고 싶어도 공관에는 전화가 없고, 본부대대까지 20~30분 걸어가야 전화를 쓸 수 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어렵다. 사령관 부인은 공관병들의 면회와 외박, 외출이 불가능할 정도로 통제한다. 보다 못한 보좌관이 눈치껏 우리를 내보내줄 정도다. 이러려고 군에 온 것 아닌데… 나도 집에서는 귀한 아들인데.
박 대장의 공관, 이곳에서 나의 군생활은 '노예생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