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시간 시중들다 녹초…어느 공관병의 기막힌 하루

군인권센터의 박찬주 대장 부부 갑질 폭로 내용으로 재구성

※군인권센터가 박찬주 육군 2작전사령관(대장) 부부의 '갑질'을 연일 폭로하고 있다. 박 대장의 관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관병과 조리병 등은 박 대장 부부의 폭언과 협박, 가혹 행위를 넘어서 '노예 부리기식' 행태를 제보했고, 급기야 박 대장은 지난 1일 전역 지원서를 제출했다. 기사는 복수의 제보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공관병의 하루'를 재구성한 것이다. [편집자 주]

박찬주 육군 대장.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이게 뭐야, 런닝에 주름이 졌잖아! 다림질 해야지! 너는 빨래를 무슨 식으로 하기에 이렇게 되냐?"

사령관 부인이 잡도리에 나선 것은 '속옷 주름' 때문이었다. 런닝의 주인은 군 휴가를 나온 둘째아들. 아들의 빨래를 대신 하라고 지시하더니, 빨래감에 주름이 진 것을 발견하고만 모양이다. 이번엔 뭐가 날아올까. 지난 명절엔 선물로 들어온 과일을 집어 던지던데… 미나리 다듬던 선임은 부인에게 칼을 뺏겨 휘두르는 걸 봤다던데, 전역한 선임은 베란다에 40분 갇힌 적이 있었다던데… 아니, 사령관 아들의 간식 '전'이 얼굴에 날아오는 것보다는 낫겠지? 이번엔 도대체 뭘까.

"왜 안 뛰어와? 느려터진 굼벵이야! 또 늦으면 영창 보낸다고 했어, 안했어!"


실제 팔찌와 유사모델 (사진=군인권센터 제공)
호출용 전자팔찌가 또 말썽이다. 사령관 부부의 호출로 전자팔찌에 신호가 오면 가슴이 먼저 내려앉는다. 부리나케 뛰어가니 물 심부름. 부인은 식사 때에도 수시로 호출을 해 음식의 맛과 상차림 모양새, 깎인 과일의 모양을 지적한다. 부인의 질책을 참다못해 공관 대문을 나간 선임은 최전방 GOP로 파견됐다 타 부대로 전출됐다. 그 때 박 사령관이 우리를 일렬로 세워놓고 "관사 밖을 나가면 탈영"이라며 "내 부인은 여단장(준장) 급인데 예의를 갖춰야지, 뭐하는 짓이냐? 군기가 빠졌다. 전방 가서 고생을 해봐야지 여기가 좋은 줄 알지"라고 했다. 예전엔 부인의 질책에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 시도를 한 선임도 있다지.

공관병의 하루는 사령관이 새벽기도를 가는 새벽 6시부터 시작된다. 별채에서 거주하다 새벽에 출근해 부부가 잠드는 시간까지가 근무 시간이다. 장병표준일과와는 무관하다. 지휘관의 기상과 취침 시간에 맞춰 시중을 들고 허드렛일을 한다. 대부분의 일상은 '주방 대기'. '대기의 연속'이란 바로 '과로의 일상'이다. 손님이 오면 자정 무렵까지 시중을 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루종일 사령관 가족의 빨래, 청소, 조리, 다림질, 텃밭 가꾸기, 화장실 청소 뿐 아니라 성경책 비치, 소파에 떨어진 발톱과 각질 제거, 사령관의 공관 미니골프장 골프공 줍기, 부인이 갖고 있는 10개의 냉장고 관리하기, 부부의 두 아들 뒷바라지까지 세세하게 신경 쓰다보면 하루 시간이 훌쩍간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주말마다 사령관 부인의 지시로 공관에서 일하는 우리 모두는 교회에 따라 나선다. 나는 불교 신자이지만…. 부인은 "공관에 너희들끼리 남아있으면 뭐하냐? 혹시 핸드폰 숨겨둔 거 아니야? 몰래 인터넷 하는 건 아니지?"라고 말한다. 공관 화장실을 못 쓰게 해 별채 화장실로 이동해야하는 우리들에게 "핸드폰을 화장실에 숨겨뒀냐?"라고 목소리를 높이신다.

이런 사실을 알리고 싶어도 외부와 접촉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2015년 최차규 전 공군참모총장이 운전병에게 관용차로 자신의 아들을 홍대 클럽에 데려다주라고 명령한 것이 인터넷 제보로 드러난 뒤, 사이버지식정보방을 이용한 인터넷 사용도 금지됐다. 부당함을 신고하고 싶어도 공관에는 전화가 없고, 본부대대까지 20~30분 걸어가야 전화를 쓸 수 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어렵다. 사령관 부인은 공관병들의 면회와 외박, 외출이 불가능할 정도로 통제한다. 보다 못한 보좌관이 눈치껏 우리를 내보내줄 정도다. 이러려고 군에 온 것 아닌데… 나도 집에서는 귀한 아들인데.

박 대장의 공관, 이곳에서 나의 군생활은 '노예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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