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참패 후 다시 치러지는 전국단위 선거인 지방선거가 10개월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도 이들에게 키를 맡긴 보수진영의 속내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 한국당, 책임 빠진 혁신선언문 채택…중진들, 곧 집단 회동
당이 나아갈 방향을 못 박은 선언문에는 보수 위기를 초래한 책임 주체는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다. 일부 혁신위원들의 주장에 따라 의제로 다뤄졌던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여부'도 선언문에서 빠졌다.
혁신위는 오히려 신보수주의 지향점을 설명하며 "광장 민주주의의 위험을 막고"라는 표현을 써 '촛불 민심'을 부정했다는 혹평을 받았다. 논의 과정에서 류 위원장을 비롯한 탄핵 반대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퇴행적 선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한국당 내부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중진급 의원들은 조만간 집단 회동해 '홍준표식 혁신작업'에 대한 제동 여부를 논의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한 3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다선 의원들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참... (혁신작업을) 좀 더 신중하게 했으면 좋겠다"며 "휴가가 끝나고 모이게 되면 20~30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바른정당도 리더십 '빨간불'…당직자 줄사퇴
서울시당위원장직을 사퇴한 박인숙 의원(서울 송파갑)의 경우도, 이 대표가 최근 영입한 박종진 전 앵커를 별다른 상의없이 서울 송파을 당협위원장으로 임명한 데 대해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박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당 대표가 누가 반대하더라도 당협위원장을 임명하는 건 고유 권한일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절차상 제가 서울시당위원장인데 (임명 건을)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이에 당 조직강화특위 인사는 "(시당위원장이) 당협위원장을 임명하는 데 권한을 가진 건 아니다"라면서 조강특위 차원에서 박 의원의 의사를 미리 묻는 절차를 거쳤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갈등이 표출되기 전에 사전 봉합 작업이 있었어야 한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우리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여도 모자란데, 지도부 출범 후 오히려 뿔뿔이 흩어지는 것 같아 걱정된다"며 "이대로 가다간 보수진영이 공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바른정당 일각에서 국민의당과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가 이뤄지는 것도 이 같은 우려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한 지도부 인사는 선거구제 개편을 고리로 국민의당과의 공조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국당과 바른정당 모두 '보수 통합'과는 반대 방향으로 향하면서 "지방선거 이후에나 보수진영이 재기할 계기가 생겨날 것"이라는 비관적인 관측도 진영 내에서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