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위기설'에 도전받는 文의 '베를린 구상'

靑 "상당히 어려운 국면으로 가고 있지만 南北대화 여지 남아있어"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대북 화해기조를 명확히 한 문재인 대통령의 '신(新)베를린 구상'이 위협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쾨르버 재단 연설을 통해 남북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기조를 분명히 하며 남북 군사회담과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이에 대한 답변 대신 미사일 도발로 응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독일 방문 직전인 지난 4일 ICBM급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데 이어, 베를린 구상 발표 직후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독려 등 남북교류를 촉구하는 문 대통령의 노력이 무색하게 지난 28일 밤 ICBM급 미사일 1기를 다시 발사한 상태다.

이번 미사일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 받으면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 고위관료들이 대북 군사대응 방안까지 잇달아 언급, 한반도의 전쟁 위기감마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른바 '한반도 8월 위기설'이다.


청와대 역시 북한의 이번 도발이 넘어서는 안 되는 레드라인에 다다랐다고 보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 추가 배치와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발사훈련, 독자적인 대북제제 방안 검토 등 강도 높은 대북 압박에 착수한 상태다.

청와대는 다만 현재로서는 제재‧압박과 대화를 병행한다는 정부의 대북 기조와 대북 화해기조를 명확히 한 베를린 구상은 유지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0일 기자들을 만나 "전체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국면으로 가고 있지만 우리가 궁극적으로 이뤄야 할 목표는 북핵 제거와 한반도 평화체계 구축"이라며 "이런 목표 달성 방식에 있어 제재와 대화라는 양면적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압박과 제재를 미국과 같이 최대한 강도로 해야 하지만, 그것의 탈출구로 남북 간의 대화 여지는 남아있다"며 "북한과 대화의 문이 완전히 닫혀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북한의 ICBM급 도발 직후 문 대통령이 "단호한 대응이 말에 그치지 않고 북한 정권도 실감할 수 있도록 강력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베를린 구상'의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밝힌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야당은 베를린 구상은 허상이라고 맹비난하며 대북정책 기조전환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현안브리핑에서 "정부는 북한의 눈치만 살피며 지속해서 대화를 구걸함으로써 오히려 김정은의 오판을 초래했다"며 강력한 대북제재를 촉구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베를린 구상을 '허상'으로 규정하며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대화에 방점을 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포용정책을 계승했지만 지금은 중대한 상황 변화가 생겨 기존의 대화·제재 병행론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며 새로운 대북정책을 요구했다.

바른정당 김영우 국방위원장도 베를린 구상에 대한 북한의 답변이 미사일 도발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대북봉쇄정책과 추가 사드 배치 ▲성주 사드 배치 환경영향평가 생략 ▲북한 지휘부 정밀타격 미사일체계 구축 등 세 가지를 제안한 상태다.

이렇듯 정부의 유화 기조에 북한이 연일 고도화된 미사일 도발로 응수하는데 이어 국내외의 대북 강경기조까지 고조되면서 베를린 구상 실현에 대한 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부터 오는 5일까지 이어지는 문 대통령의 휴가에 대해 "콘셉트가 휴식이다. 이번에 진짜 푹 쉬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지만 북한의 ICBM급 발사 직후 떠나는 휴가인 만큼 문 대통령이 대북정책 구상에 몰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대통령께서 '구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셨지만 (현안에 관련된) 생각을 왜 안 하겠냐"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이 휴가가 끝난 뒤 어떤 방식으로든 대북정책 기조에 대해 정리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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