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파괴'에만 그친 청와대 간담회, 민감 현안 토의 없어

법인세·최저임금·비정규직 등 문제 제기 없이 선물 보따리만

이틀째 기업인들과 만남을 갖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28일 청와대에서 계속된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과의 만남' 이틀째 역시 기업들은 정부에 대한 특별한 요구나 건의사항없이 준비해간 선물 보따리만 푼 채 상견례'만 치뤘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자"고 했지만 기업들은 '채용 확대, '정규직 전환', '협력사 상생' 등 새정부 정책에 맞춘 선물 설명하기에만 바빴다.

기업 대표들은 기업 특성별로 어려운 점을 다소 토로하긴했지만, 소상공인들이 크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최저임금이나 최근 발표된 법인세 인상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일체 없었다.

◇ 기업별 건의에 문 대통령은 곧바로 지시

다만 기업별 건의에 문 대통령은 곧바로 해당 장관들에게 지시하는 소통을 보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회적기업 지원강화 요청에 대해 문 대통령은 "지원하는 관계법안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보라"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지시했고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의 조선업 지원 요청에 대해서도 "공공발주를 통해 자체수요를 늘리는 방법을 고려하고 금융지원 확대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이틀 연속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이번 모임을 준비해 온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7일 "분위기는 좋았다"고 한 데 이어 28일 간담회가 끝난 뒤 "예상보다 훨씬 더 속 깊은 대화가 오갔다. 서로 친밀감과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전날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경우는 "정부의 의지에 매우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까지 말했다.

◇ 28일 참석 기업 상당수 국정농단 연루

28일 만남은 국정농단 연루 기업들이 많은 탓인지 전날보다 상대적으로 '덜 편안(?)한' 듯했고 시간도 25분 정도 일찍 끝났다.


28일 간담회에는 권오현 회장과 최태원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황창규 KT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참석했다.

삼성, SK, 롯데, KT는 국정농단에 연루된 기업들이고 허창수 GS 회장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깊이 개입한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다.

이날도 각 기업은 준비해 간 선물보따리를 경쟁적으로 풀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차·3차 협력업체와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방법으로 현금 결제 비중을 확대하고 협력사 인턴을 직접 채용해 교육시키는 등 간접적 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정규직화 전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으며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GS리테일 가맹점주에 대해서는 최저수입 보장제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창규 KT회장은 KT의 인프라를 활용해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측정망을 보급하는 대책을 수립하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 중소·중견 기업 우려 대변 못해

하지만, 개별 기업이 나서긴 힘든 만큼, 새정부 들어 경제단체를 실질 대표하고 있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통한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비정규직 등 민감한 경제 현안에 대한 의견 개진이 주목됐으나 박 회장 또한 입을 닫았다.

박 회장은 최근 최저임금과 관련해 실질임금을 기준으로 한 새로운 산정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이번 이틀 간의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과의 첫 만남은, 정권 초기인 만큼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기업들이 일단(?)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데 그쳤다.

하지만 일자리 90%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 중소기업이고, 대한상의 회원 97%가 중소·중견 기업이다.

새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이들의 우려와 반발을 대변하지 못한 만큼, 정부와 경제계의 '허니문 기간'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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