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 이들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과 함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는 빗장이 풀리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 "처벌근거 없다" VS "의지 문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성매매 알선 등의 혐의로 고발된 채팅앱 업체 7곳과 각각의 운영자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31일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해 10월 피해 당사자들과 255개 시민단체가 채팅앱 업체들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당시 "채팅앱 운영자는 음란물을 발견해도 신고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며 "결국 채팅앱은 아동·청소년을 성폭력이나 성착취 현장으로 유인하는 경로가 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관련자들을 소환하는 등 8개월간 수사를 벌였으나 해당 업체들에 대해 현행법상 처벌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혐의사실에 맞지 않는다. 성매매 알선의 경우 고발인들이 법령 해석을 과장한 측면이 있다"며 "조사해보니 업체들은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모니터링까지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측은 "법령 적용은 애초부터 경찰의 의지 문제였다"며 "아쉽지만 앞으로 검찰의 판단을 지켜본 뒤 검찰항고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수사를 받던 업체를 비롯한 스마트폰 채팅앱 상당수는 현재 청소년 성매매의 온상이 됐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건만남 경험이 있는 청소년 대부분(55.8%)은 성매수자를 만나는 데 채팅앱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상당수는 성매매 과정에서 신체적·정신적 추가 피해를 보기도 했다. 지난 2015년 5월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모텔에서는 여중생 A(당시 14세) 양이 채팅앱에서 조건만남으로 만난 김모(37) 씨에게 목을 졸려 숨졌다.
(관련기사: 15. 3. 31 '봉천동 모텔 살해 피의자, 범행 자백에 추가 범행까지', 16. 5. 12 '지적장애 13세 하은이, '성매매女' 낙인찍힌 사연')
이번 수사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당분간 채팅앱 운영자에 대한 수사나 단속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채팅앱을 이용한 성매매를 두고 경찰과 여가부는 종종 합동단속을 벌여왔으나 운영자는 늘 단속 대상에 빠져 있었다. "수사 중이라 별도로 단속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여가부 측은 "경찰이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그 이상 관여하긴 어렵다"면서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단속을 강화하고 모니터링을 이어가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기술발달에 따라 성매매 연결방식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는 "아동·청소년 성매매는 이미 채팅앱을 넘어 개인방송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는데 정부는 대안이나 규제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모든 탓은 아이들에게로 돌아가 최악의 인권착취를 낳고 있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