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에서 자기 생각을 바꿀만한 좋은 작품을 하나쯤은 만나기를 바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에서 깨달음은 너무 늦게 오더라도 그리 늦은 일은 아닐 것이다. 뼈저린 참회가 가슴에 찾아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1심 재판에서 낮은 형량을 받은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관련자들을 향해 문화예술계가 권고 메시지를 전했다.
문화예술계 300여 단체와 8000여 명이 만든 '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예술대책위원회'(문화예술대책위)는 28일 성명을 통해 "사법 정의를 구현하라"고 법원에 요구하면서,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에게 이같이 권했다.
"범죄의 유무에 대한 최종 심급은 법원에 있지만 인간의 삶에 대한 심급은 문화예술이 법원보다는 더 높은 곳에 있다는 것을 당신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은 당신들을 위해서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3년을, 조 전 장관에게 국회 위증 등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문화예술대책위 법원을 향해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1심 판결을 지켜보면서 김기춘과 조윤선을 단죄할 수 있는 실정법과 법원이 우리에게 없다는 것을 깨닫고 분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이 저지른 범죄 행위가 파괴한 사회적 손해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알기 위해서라도, 그들이 저지른 악행을 형법상 새로운 죄목으로 신설하고 중형을 규정해야 할 것이다"고 했다.
또 "법원이 김기춘의 권력남용에 대해서 '권한을 남용해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고작 징역 3년을 선고하는데 그친 것은 블랙리스트로 피해 받은 예술가들과 시민들의 법 감정과 심각하게 충돌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실행하는 동안 예술가들이 고통 받았던 시간만 해도 3년이 넘었다"며 "법원이 스스로 인정하였듯 블랙리스트는 은밀하고 집요한 방식으로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그렇다면 법원은 그들의 죄악을 단죄할 실정법이 부족한 형편에서 현행법이 허용하는 한 법정 최고형을 선고했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인정하기 부족하다 하고, 조 전 장관에게는 무죄를 선고한 점에 대해서는 "우리는 '장관도 모르게 블랙리스트가 실행됐다'는 1심 법원의 판결이 엄격한 심리를 거쳐 신중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거하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서도 " 1만 명에 달하는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들을 분노하게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앞으로 열리게 될 2심 법원은 이들에 대한 혐의를 더욱 엄격하게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