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짝 엎드린 재계, 선물 보따리만"...청와대 간담회 ‘탐색전’에 그칠 듯

‘호프타임’으로 '형식 파괴'한 청와대 간담회, '내용 파괴'는 힘들듯

지난 11일 대한상의와 15대 그룹사와의 간담회에서 '기업의 자발적 개선'을 해 나간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27일, 28일 이틀간 오후 6시부터 청와대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대화'는 ‘호프타임’ 형식의 만남으로 기존의 형식을 탈피했지만 ‘내용 탈피’는 힘들 전망이다.

청와대 측이 "할 말을 하라"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으나 정작 재계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참석 기업들은 청와대 건의사항을 묻는 질문에 한결같이 "요구사항 없다"는 반응이다.

대신 '채용 확대', '정규직 전환', '협력사 상생' 등 자발적 '선물 보따리‘만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기업들의 ‘솔선책’ 경쟁은 이미 예고됐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지난달 28일 워싱턴 D.C.에서 가진 경제인단과 차담회에서 "귀국 후 조만간 경제인과 만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이후 청와대 회동을 이러한 형식에 맞춰 꾸준히 준비해 왔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역시 "기업들이 '솔선과 자발'로 답해야 할 시기"라고 여러번 강조해 왔다.

이같은 박 회장의 ‘자발적 실천’ 주문에 청와대 회동을 앞 둔 대기업들도 잇따라 화답했다.

18일 삼성전자의 '하반기 채용규모 확대'를 시작으로 삼성디스플레이의 협력사를 위한 '물품대금 지원펀드' 조성, 21일 현대·기아차의 협력업체 상생협력을 뼈대로 한 ‘선순환형 동반성장’ 5대 전략 발표, 24일 두산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복리후생 증진방안' 발표 등으로 이어졌다.

이후에도 SK그룹의 2·3차 협력사를 위한 ‘전용 지원 펀드 조성’, LG그룹 '신(新) 상생협력 체제 전환 방안‘, CJ그룹의 ‘파견직 3천여명 직접고용’, KT의 하반기 채용 확대 등 참석 기업들은 새정부 경제정책에 부합한 방안들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지난 11일 대한상의와 15대 그룹사와의 간담회에서도 ‘과거 방식의 경쟁적인 투자와 고용계획 취합 전달은 지양하고 '기업의 자발적 개선'을 해 나간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이번 간담회는 과거 정부 때와는 달리, 투자·고용 계획을 취합 발표하는 것을 지양하는 대신 ‘각 기업이 개별적으로 협력 계획을 제시’하는 ‘선물 보따리’를 푸는 데 그칠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도 “첫 만남인 만큼 특정한 요구보다는, 대통령의 말씀을 주로 듣고 그룹의 전반적인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전하는 정도가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허심탄회한 대화로 일방적인 지시보다는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데 집중할 것이라 밝혔지만, 긴장한 기업들이 ‘요구사항이 없다’고 밝히면서 ‘탐색전’ 에 그칠 전망이다.

다만 이틀 연속 참석하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통해 최근 발표된 법인세 인상과 최저임금 등 민감한 경제 현안에 대한 기업들의 의견 개진이 주목된다.

박 회장은 지난 19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최저임금과 관련해 실질임금을 기준으로 한 새로운 산정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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