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증세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규정하면서도 여론 친화적으로 포장할 수 있는 '좋은' 이름 찾기 경쟁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여당은 계층간 편가르기 인상을 줄 수 있는 '부자증세'를 대체할 이름을 찾고 있다. 증세를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이 '표적 증세' 등의 작명으로 공세를 강화하기 전에 선수를 치기 위함이다.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 당시 '종합부동산세'를 '세금폭탄론'으로 공격해 불발시킨 것은 물론 정권의 운영 동력에까지 큰 타격을 가한 바 있다.
우선, 증세를 선두적으로 제안했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명예과세'라는 이름을 붙이며 의미 부여에 나섰다.
추 대표는 24일 최고위회의에서 "법인세율을 높이고 소득세율도 올리는 방안을 제가 제시했는데,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 스스로 명예 지키고 사회적 책임 지키는 '명예과세'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명예과세'는 고소득자나 대기업의 도덕적 의무인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강조하기 위한 조어이다.
추 대표는 이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법인세율이 35%인 미국, 33%인 프랑스, 33%인 벨기에보다 10%p이상 낮고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호주, 멕시코, 네덜란드, 이탈리아와 비교해도 낮다"며 설득에 나섰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사랑', '존경' 등 보편적인 가치를 지닌 단어를 앞으로 붙여 당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증세와 관련해 "초우량 대기업들이 세금을 조금 더 냄으로써 국민들로부터 기업들이 사랑받을 수 있다면 그런 측면에서 법인세 같은 경우 '사랑 과세'가 될 것"이라며 "초고소득자가 과세구간 신설하면 실효세율 30% 조금 더 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존경 과세'"라고 말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당정회의에서 '조세정상화'를 내세웠다. 그는 "보수 정권시기 왜곡된 조세 형평성 제고에 적극 주력해야 한다"라고 지적하며 단순한 증세가 아닌 조세 정상화임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여권 일각에서는 '핀셋 증세'라는 말로 이번 증세가 초대기업, 초고소득자에게만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지난 22일 "문재인 정부의 증세, 이름을 지어 달라"면서 대중을 상대로 공모에 나서기도 했다.
반면 법인세 인상 등을 반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세금 폭탄', '표적 증세'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세금 폭탄 정책에 대해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쓰고 보자'는 정책의 연속성상에 있다"며 "가공할 세금 폭탄 정책이 현재는 초(超)고소득자, 초대형 기업에 한정돼 있지만, 어디까지 연장될지 예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당은 특정 대상을 겨냥한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에 대해 '표적 증세'라고 이름붙이며 '핀셋 증세'에 맞서 역공을 가했다.
정치권에 증세 논의가 불붙은 가운데 여야간 유리한 프레임을 얻기 위한 '이름 쟁탈전'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