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원내지도부가 야당과 힘겨운 협상을 벌이고 청와대는 '대리 사과'까지 하는 간난신고 끝에 가까스로 본회의가 열렸지만 종착점을 눈앞에 두고 무산될 뻔한 것에 대해 비난여론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 역시 이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거친 뒤 당내 기강 확립을 위한 징계 절차를 논의하겠다고 밝히는 등 당내 분위기도 심상찮다. 민주당 권리당원 모임은 성명을 통해 "추경 예산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보여준 행태는 여전히 구태였다"고 질타했다.
여론이 들끓자 26명의 본회의 불참 의원 가운데 개인적 사정으로 불참한 의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적극 해명하고 사과하기에 바쁜 모습이다.
원내 대변인인데도 불구하고 본회의에 불참한 강훈식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 "부끄럽고 송구스럽다. 이유를 불문하고 모든 분들께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불가피한 개인 일정이었다. 하지만 불가피하다는 것을 이유로 비판의 목소리를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며 "저 자신을 반성하고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며 몸을 낮췄다.
김영호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추가경정예산안 본회의 표결에 참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7월초에 중국방문을 계획했다. 일정은 국회 일정 종료일인 7월 18일 이후인 21~23일로 잡았다"며 "중국 공직자와 교민을 만나 한국상품에 대한 통관 문제, 교민들의 고충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하루가 급한 추경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저의 미숙한 판단이었고 분명 잘못된 행동이었다"며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홍의락 의원도 페이스북에 "국회의원으로서 본회의 표결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변명할 여지가 없다. 사과 드린다"며 "개인적으로 나름대로 급박한 사정이 있었지만 공인의 자세는 아니었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고 소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좀 더 옷깃을 여미고 근신하겠다"며 "원내에서 좀 더 절박하게 소통하지 못한 아쉬움은 크다. 타산지석으로 삼겠다. 더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다만 일부 의원들은 십자포화를 퍼붓는 여론에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용득 의원은 전날 "제가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불참했다고 말씀하셨나요? 왜 그렇게 말씀하시죠?"라며 "저는 효도 한 번 못하고 평생 투쟁한다고 부모님께 걱정만 끼쳐드리고 돌아가시게 해서 늘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그래서 장인, 장모님 살아 계실때 그리고 건강이 허락하실 때 효도여행 한 번 해드리겠다고 다짐했었고 금년 대선이 잘되면 제가 모시겠다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18일 모든 일정이 끝난다고 예상했고 그래서 처부모님의 패키지 효도관광을 예약했었다. 막상 19일이 되어도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고 의총에서는 8월 2일 본회의 얘기가 나오더라"며 "그런 상황에서 노인네들을 실망시키며 모든 걸 취소했어야 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해당 글은 24일 삭제됐다.
미국 국무부 초청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 금태섭 의원은 "물론 출장 전에 당과 국회에 보고하고 다녀왔고, 만약 중간에 귀국하라는 요청이 있었으면 당연히 돌아갔겠지만 그런 요청은 없었다"고 해명하는 한편, 원색적 비난을 쏟아낸 한 네티즌에 대해 "아드님들이 아빠가 본 적도 없는 사람한테 XX, XXX 이라고 (욕설을)하는 걸 알면 뭐라고 생각할까요"라고 따졌다.
이어 "전화번호 알려주시면 저도 전화드려서 왜 함부로 욕을 하시는지 따지고 싶다"며 개인 전화번호를 공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