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공직후보자 선출과정에서 일반 국민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을 택했다. 국민참여경선방식의 백미를 보여준 것은 지난 19대 대선을 앞두고 214만명이 참가해 대박을 낸 대선경선이다. 지금 당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당원 중심의 경선 방식은 국민참여보다는 당원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국민참여를 확대해 왔던 방향과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배경에는 민주당의 당 지지율이 50%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떤 방식으로 후보가 선출되더라도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도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의 현행 당헌 당규는 지방자치단체의장선거후보자 추천을 위한 경선은 국민참여경선(여론조사경선 포함)으로 하도록 돼 있다. 권리 당원은 50% 이하, 권리당원 아닌 유권자의 비중은 50% 이상의 범위 안에서 정하도록 돼 있다. 국민 참여를 높이겠다는 취지가 담겨있다.
아직은 소문만 무성할 뿐 이런 논의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지, 이뤄진다면 그 주체가 누구인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면서 추미애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100만당원 플랜'과 연결시키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정작 민주연구원은 "연구원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민주연구원 김민석 원장도 CBS와의 통화에서 "민주연구원은 지방선거의 룰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정치지형에 대한 분석이나 이후의 전반적인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곳"이라며 "경선에서 당원의 가중치를 늘리는 방향 등은 연구원과 무관하다"고 부인했다. 추미애 대표측 한 핵심관계자도 "당에서 지방선거에 대비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당원의 가중치를 높이는 쪽으로 방향이 설정된 것은 아니다"며 부인했다.
그러나 여권의 심층부에서 관련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심을 떨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유력 광역단체 후보자 측의 한 관계자는 "그런 소문을 들어서 알고는 있다"면서도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하겠냐"며 실현 가능성을 낮게 봤다. 또 다른 광역선거 예비후보자는 "당청간에 뭔가 일을 도모해서 친문세력을 공고화 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김민석 민주연구원장도 "그런 소문을 듣기는 했다. 지방선거 룰과 관련해서 관심들이 많다 보니까 생겨나는 추측 같다"고 말했다.
당원 중심의 경선과 일반 국민 중심의 경선은 경선 룰을 정할 때마다 매번 논쟁의 대상이었다. 국민 참여 비율을 높일 경우 후보가 본선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까지도 경선에 참여해 국민의 관심도도 높일 수 있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반면 당원 투표의 가중치를 높일 경우 '정당정치' 본래 취지를 살린다는 점에서 선호되고 있다. 정당의 이념, 가치 등을 지지하는 당원을 기반으로 정당의 정체성을 뚜렷이 할 수 있고, 정당책임 정치를 담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당 내에서는 당원 중심의 정당 운영을 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정당정치를 하기에는 시점 상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당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권리당원 100만명 정도의 대중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춰야 대표성이 확보될 수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 정당 조직으로는 미약하다는 것이다. 또 정당 민주주의가 전제돼야 하는데 대부분의 당이 당 대표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면에서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한편 지방선거 후보자 선출 관련 룰 논의가 문재인 정권 초기에 진행될 경우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적폐청산 등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를 내세우며 개혁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것과 달리 당은 재보다 잿밥에만 몰두 한다는 비판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