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플림픽 취재차 터키 삼순에 와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는 물음입니다. 2017 삼순 데플림픽은 전 세계 97개국에서 약 5000명의 선수단이 출전하는 만큼 경기장은 많은 국가에서 모인 선수와 관계자로 붐비는 모습입니다.
그중에서도 한국 선수들과 관계자는 터키 어느 곳에서도 인기가 많습니다. 어디서 왔느냐는 물음에 한국에서 왔다고 답하거나 선수단이 입는 옷이나 사용하는 가방 등에 붙은 태극기를 보고는 유독 밝은 얼굴로 다가와 인사를 건넵니다.
지난 19일(한국시각) 2017 삼순 데플림픽의 개막식이 열린 19 마이스 스타디움에서 만난 한 터키인이 대표적입니다.
자신을 터키 남부 아다나 출신이라고 소개한 이 경호요원은 터키의 인사인 “메르하바(Merhaba/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건네며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습니다. 한국에서 왔다는 답에 그는 대뜸 “터키와 한국은 형제(Turkey and Korea, Brother)”라며 엄지를 치켜들었습니다. 그리고는 2002년 한일월드컵 3-4위전 이야기를 시작으로 줄줄이 자기가 아는 한국 이야기를 풀어놨습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많은 터키인은 쉴 새 없이 한국인과 사진을 찍자는 요청을 했고, 어린이들은 특히 자기가 쓰고 있던 모자나 들고 있던 응원용 깃발에 이름을 적어달라고 환한 얼굴로 부탁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어린이 몇몇은 팔뚝에라도 적어달라며 입고 있던 옷의 소매를 걷기도 했습니다.
왜 그렇게 터키 사람들은 유독 한국 사람에게 친절할까요. 예전부터 터키는 한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터키가 미국과 영국, 캐나다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병해 이 같은 표현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과 터키의 인연은 한참 전부터 거슬러 올라갑니다. 학창시절 역사 시간에 배웠던 ‘돌궐족(투르크족)’이 바로 터키인의 조상입니다. 투르크의 한자식 발음이 바로 돌궐이었습니다. 본디 북아시아의 유목인이었던 이들은 삼국시대부터 한반도와 인연을 맺은 오랜 전통을 자랑합니다.
비록 문화와 전통, 생김새는 다르지만 이역만리(異域萬里) 터키에서 만난 이들의 환대는 대회가 끝나고도 한동안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2017 삼순 데플림픽에 참가한 우리 선수들 역시 터키에서 받은 환대에 힘입어 목표로 하는 3회 연속 종합순위 3위 달성을 이룰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