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운을 띄우고 문재인 대통령이 화답한 증세 방안은 '초(超)부자증세'에 가깝다. 법인세는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25%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이다. 소득세의 경우 5억원 초과 구간에 42%의 세율을 적용한다.
이 같은 방안은 최고세율 기준으로 법인세는 3% 포인트, 소득세는 2% 포인트씩 각각 인상하는 것으로 추가로 확보되는 세수의 규모는 3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극소수 부유층에 한해 세금을 더 걷는 방식이다.
야권에선 증세가 공식화 될 경우 현재 안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 제기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소요되는 예산이 178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정도의 증세론 턱 없이 부족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때문에 증세의 공감대가 생각만큼 쉽게 형성되긴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법인세 인상에 국한해선 "오히려 더 낮춰야 한다"는 한국당을 제외하곤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지난 5‧9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유승민 후보의 경우 더 강화된 증세 방안을 공약한 바도 있다.
그러나 증세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이르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재 여권에서 제기되는 증세 이유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등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한 성격이 짙다. 당초 증세를 공약했던 맥락이 제각각이라 무조건 동의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증세에 있어 가장 완강한 반대 입장인 한국당은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추 대표가 제기한 증세 필요성이 여권의 공식 입장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음 달 초로 예정돼 있는 정부의 2018년도 세법 개정안이 제출된 뒤 본격적인 반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태도는 지난 대선 '증세 없는 복지' 공약과 같은 맥락이다. 5‧9대선에서 90조원 규모의 공약을 발표하면서 세입 증가‧확충 55조원, 세출 구조조정 35조원 등으로 예산을 편성한 바 있다. 당 관계자는 "우리 입장은 법인세를 낮추자는 쪽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현재 여권의 증세 논의가 공식화되기 기다리며 '세금 폭탄' 프레임 걸기를 준비하는 기조가 감지된다.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러다가 정말 대한민국이 세금 폭탄 공화국이 될 판"이라며 "법인세를 인상하면 대기업을 옥죄는 결과를 낳는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사실상 여당을 제외한 원내교섭단체 3당이 유보적인 입장을 드러낸 셈이어서 국회 처리 절차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예산안을 다루는 정기국회의 최대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세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는 국민의당만 찬성하면 가능하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석수 합만으로도 과반이 되기 때문에 본회의 처리 정족수를 충족한다. 본회의 처리의 전제인 상정의 경우 정세균 국회의장이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할 경우 내년도 예산안 처리시한인 12월 2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